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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먼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순환 지주사 대신 단순화 초점
[인베스트먼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순환 지주사 대신 단순화 초점
  • 윤영주 기자
  • 승인 2018.03.3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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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가정의 달 5월의 황금연휴를 맞이해 5월 한 달 동안 현대자동차 전시장 또는 시승센터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푸짐한 경품 이벤트와 할인 혜택을 실시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가정의 달 5월의 황금연휴를 맞이해 5월 한 달 동안 현대자동차 전시장 또는 시승센터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푸짐한 경품 이벤트와 할인 혜택을 실시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모비스)를 지배기업으로 하는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6조 가량의 돈이 투입되지만 향후 인수합병(M&A) 등 경쟁력 확보다 수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순환출자 등도 해소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핵심사업만 추리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일가이 기아차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지배구조의 단순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현대차는 대주주→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을,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은 합병글로비스 지분을 갖게 될 전망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현재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개편은 모비스의 인적분할→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 합병→오너일가 글로비스 지분 기아차에 매도·계열사 보유한 모비스 지분 매수 순으로 진행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도한다. 현대차, 기아차, 글로비스 등은 모비스 변경상장이 완료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정 회장 부자에게 모비스 주식을 매도(당사자 합의시 연장가능)하며, 처분은 시간외 대량매매로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일가가 자분 29.99%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모비스가 지주사가 아닌 지배회사가 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금융회사 소유 제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증권업계 등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3사를 투자·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전형적' 지주사 체제 개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현대차가 밝힌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거론된 적 조차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현대차그룹 오너일가에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엄청나다.

지분 매입에만 약 4조7000억 원이 투입되고 양도세 등 지분 양수도 과정에서 최대 1조4천억 원 안팎의 세금이 붙을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만 총 6조 원 가까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를 설립해 양도세 납부 연기 혜택 등을 이용,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면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 필요하다.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크면 클 수록 한 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도 훼손되는 점도 한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경영승계 과정에서 사회적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세금을 내는 방식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통해 건전한 경영승계에 대한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일단 반응은 긍정적이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 조직개편안이 공개된 이후 시장요구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고,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동시에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과 입지가 강화되는 ㅁ나큼 외부의 긍정적 평가는 자연스러운 경영승계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외부의 예상을 뒤엎고 세금을 지불하며 편법이 아닌 정면돌파식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정치권과 관리감독기관, 시민단체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사라지는 것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영승계로 향후 경영권 승계에 따른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모듈·AS 부품 사업의 분할과 합병을 승인했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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