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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신동빈 회장 집행유예 석방…8개월 멈춘 롯데 M&A·해외진출 속도낼까
[M&A] 신동빈 회장 집행유예 석방…8개월 멈춘 롯데 M&A·해외진출 속도낼까
  • 윤영주 기자
  • 승인 2018.10.0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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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2월 13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1심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지원했다는 뇌물 혐의를 1심과 똑같이 인정했으나,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강요 피해자'에 가깝다는 점을 참작해 형량을 낮췄다.

함께 심리한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1심에서 인정된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을 바꿨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되 마찬가지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도한 범행에 수동적으로 가담해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롯데의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 계획 발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집행유예로 출소 이후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주요 그룹 경영현안을 직접 챙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몸보다 그룹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기록적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 서울구치소에서 지내며 체중이 구속 전보다 10㎏가량 빠졌다. 그러나 지난 8개월간 총수 부재로 사실상 올스톱된 그룹의 대규모 투자 등 경영 현안을 챙기기 위해 8일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해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5일 저녁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뒤 집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황각규 부회장 등 비상경영위원과 주요 임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간단히 식사를 했다.


신 회장은 8일 정식 출근과 동시에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4개 사업 부문(BU) 부회장단을 주축으로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회의를 할 예정이다. 업무보고에는 총수 부재로 밀려 있던 그룹 차원의 각종 투자 등 그룹 현안이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투자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결정과 동남아시아 유통 및 제과 업체 인수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 롯데마트 사업 매각 등 해외 사업 전반도 재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구속 직전까지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해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현지 정·재계 인사와 네트워크를 맺고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인도네시아 복합 석유화학 단지 건설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공장 부지까지 매입하고 등기를 끝냈지만 올 들어선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신 회장은 투자 규모만 4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사업 추진을 위해 연내 현지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가 지난 24년간 총 10조원가량을 투자한 중국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추진 중인 롯데월드 건설공사는 2년째 중단된 상태다. 중국 청두시의 6만6000㎡ 부지에 1400여가구의 아파트단지 및 호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등을 건설하는 ‘청두 프로젝트’의 경우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신 회장이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누차 강조한데다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당시 중국 사업의 부진이 ‘약한 고리’로 작용한 만큼 중국 사업 재건에 보다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M&A로 신사업을 확장해온 롯데의 성장 전략도 가동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외 M&A 검토 대상만 10여 건, 금액으론 11조원에 이른다. 총수 부재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M&A엔 최대 악재였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미뤄왔던 베트남 제과업체 인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유통 매장 확장, 미국 등 호텔 인수, 유럽 화학업체 인수 등을 위한 검토 작업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롯데의 움직임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결과와 대북 제재 완화 여부 등에 따라 식품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자체 태스크포스팀에서 검토 중이다. 롯데는 1994년 북한에 초코파이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신 회장 및 롯데 수사와 재판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안도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투자 계획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지원 등 직접적인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 롯데의 기업 이미지 쇄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또 조만간 일본을 찾아 일본 롯데 경영진을 다독일 계획이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은 지분 구조상 일본이 상위에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이자, 한국 롯데 일부 계열사의 지주회사로서 한일 롯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으나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그동안 총수 부재로 막혀 있던 경영 현안들이 점차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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