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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 개막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 개막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9.0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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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개관 이후 첫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 – FROM THE APMA COLLECTION'을 개최한다. 오는 5월 19일까지 신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는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특별전으로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공간은 아모레퍼시픽 세계 본사 1층 및 미술관 입구 로비 등 총 8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졌으며, 소장품의 다양한 장르와 성격에 맞추어 서로 다른 분위기로 구성했다.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우선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가 눈에 띈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인디애나(1928년 출생)는 숫자나 일상적인 단어들을 확대하여 “조각적 시”로 변환했다. 본래 <LOVE>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위한 디자인이었다.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구는 1965년 당시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판화, 조각, 우표 등 다양한 형식, 크기, 색상의 작품으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뉴욕 맨해튼 55번가에 설치된 상징적인 작품과 동일한 에디션이다.

이불(Lee Bul)의 'The Secret Sharer'란 작품도 주목할만하다. 이불(1964년 출생)은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유토피아’에 대한 욕망과 좌절을 담아내는 대표적 작가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6년동안 키운 죽은 애완견을 표현한 것이다. 늙은 황구는 종종 먹은 것을 토해내곤 했는데, 이러한 형상을 재현한 것이다. 개의 입에서 쏟아져 내리는 산산조각 난 크리스털 파편들은 작가와 애완견이 나누었던 교감의 언어이기도 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있는 것이 동결되어 결정체가 된 영원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크리스털 조각과 유리 파편이 관람객 자신의 얼굴을 반영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실존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 낸다. 국내 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왼쪽부터)1.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LOVE', 1966-1999, 알루미늄에 채색, 366.0×366.0×183.0cm/2. 이불(Lee Bul), 'The Secret Sharer', 2012,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아크릴, 우레탄, 폴리염화비닐 패널, 페트, 유리, 아크릴 구슬, 가변크기/3.최우람(U-Ram Choe), 'Una Lumino', 2009,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전자장비, 430 x 520 x 430cm.(자료제공=아모레퍼시픽)
(왼쪽부터)1.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LOVE', 1966-1999, 알루미늄에 채색, 366.0×366.0×183.0cm/2. 이불(Lee Bul), 'The Secret Sharer', 2012,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아크릴, 우레탄, 폴리염화비닐 패널, 페트, 유리, 아크릴 구슬, 가변크기/3.최우람(U-Ram Choe), 'Una Lumino', 2009,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전자장비, 430 x 520 x 430cm.(자료제공=아모레퍼시픽)

최우람(U-Ram Choe) 작가는 국내 미술관에서는 최초로 'Una Lumino'를 공개했다. 최우람(1970년 출생)은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움직인다”는 믿음을 전제로 움직이는 기계생명체를 창조한다. ‘기계 생명체 연합 연구소(United Research of Anima Machine – U.R.A.M)’라는 가상의 연구 기관을 설립하여 기계생명체를 발견하고 연구한다는 설정이다. 기계생명체들은 인간의 오만과 욕망을 자양분으로 자생하고 진화하는데, 각각의 기계생명체에는 역사와 네러티브가 함축되어 있다. <Una Lumino>는 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공장 기계실, 빌딩의 지하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등에 고착하여 군집생활을 영위하는 종으로, 따개비와 같은 입을 움직여 공기 중의 도시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이들은 빛을 이용한 상호 소통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며, 도시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 유생들은 덩어리 군집체를 향해 대기 중에 유영하여 무리에 합류하는데, 간혹 도시의 빛과 군집체의 빛을 혼돈하여 도시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유생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영화 <도둑들>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는 과감한 붓질과 조화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Favela'란 작품을 선보인다. 루마니아 출신 아드리안 게니(1977년 출생)는 주로 유럽 역사 중 폭력적인 사건들, 서양 미술사, 역사적 인물들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회화의 도구인 브러시를 사용하지 않고, 팔레트 나이프와 스텐실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모든 그림은 반드시 콜라주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미지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찾는다. 동물의 털부터 부패하고 있는 물고기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이미지의 모티프 보다는 질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질감들의 중첩을 통해 은밀한 네러티브를 형성한다.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풍경화에서 영감을 받은 연작 중 하나이다. 서로 이질적인 환경인 파리 도시와 정글 혹은 숲의 풍경을 병치 시킴으로써 시각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었다. 원경에 보이는 산의 풍경 앞에는 붉게 녹슨 골철판 울타리가 쳐져 있고, 유독해 보이는 노란 가스관이 화면 전체를 관통한다. 전경의 화면 가운데에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두 마리의 짐승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자연과 이를 파괴하는 인공물의 혼합을 통해 불편한 긴장감을 만들어내지만, 과감한 붓질과 조화로운 색감이 빚어낸 독특한 시각 언어는 관람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왼쪽부터)1.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Favela', 2018, 캔버스에 유채, 220,5 x 250,2 cm/ 2.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_Gursky), 'Pyongyang VI', 2007-17, 컬러프린트, 디아섹, 296.2 x 213.2cm.(자료제공=아모레퍼시픽)
(왼쪽부터)1.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Favela', 2018, 캔버스에 유채, 220,5 x 250,2 cm/ 2.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_Gursky), 'Pyongyang VI', 2007-17, 컬러프린트, 디아섹, 296.2 x 213.2cm.(자료제공=아모레퍼시픽)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_Gursky)는 직접 북한을 촬영한 <Pyongyang VI>를 전시한다. 독일 출신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1955년 출생)는 현대사회에서 세계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소들을 대형 사이즈로 촬영하여 도시의 스펙터클한 단면들을 담아왔다. 특히나 현대인의 삶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획일화된 대형 할인점, 사무 공간, 레스토랑, 아파트, 도서관과 같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형상을 지닌 장소를 주로 선택하여 작업을 한다. 작가는 선택한 장소의 수평적, 수직적 요소들을 강조하는 시점을 선택하여 촬영하며, 이후 컴퓨터 보정작업을 거쳐 작업을 다듬는다. 이 작품은 2007년에 작가가 외국인 사진 작가 자격으로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촬영한 <평양> 시리즈 중 6번째 작품이다. 사진 속 이미지는 북한에서 매년 열리는 아리랑 공연의 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10만명이 넘는 공연자가 참가한다. 작가는 선전 구호와 같은 체제에 대한 상징은 최대한 배제하고, 공연자가 이루어내는 장관과 전체주의적 집단적 활동에 집중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문필 학예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다양한 소장품 중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대형 회화나 사진, 조각,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며, “새로운 시각과 시도를 담은 세계의 현대미술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소장품 특별전에서도 자체 개발한 모바일 전시 가이드 어플리케이션인 ‘APMA 가이드’를 무료로 운영한다. ‘APMA 가이드’는 큐레이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 해설과 고해상도 이미지, 작품 관련 인터넷 정보 링크 및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전시도록 라이브러리(apLAP)에서 소장 중인 전시 관련 도록들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전시도록 라이브러리 소장 자료, 아트상품, 이벤트 등 전시에 관한 다양한 정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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