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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승현 마블스톤 회장 "스타트업 허브로 한국 잠재력 무궁무진"
[인터뷰] 조승현 마블스톤 회장 "스타트업 허브로 한국 잠재력 무궁무진"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5.10.3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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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한류로 찾아온 기회 잘 활용해야"

대담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이상혁 기자 / 사진 = 김동현 기자

최근 싱가포르계 투자그룹 마블스톤이 자체 엑셀러레이터 플랫폼인 텐케이(10K)를 통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1000개를 포함, 아시아 스타트업 1만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핫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마블스톤은 아시아 50여개국 100개 도시에 인큐베이팅 센터 100개를 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같은 파격적인 발표로 뉴스메이커가 된 마블스톤 조승현(37) 회장을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빌딩 19층 마블스톤 사무실에서 비즈니스리포트가 단독 인터뷰 했다.

 

-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스타트업들이 ‘마블스톤’에 주목하고 있다. 마블스톤이라는 사명이 인상적인데, 무슨 뜻인가.

“사실 별 고민 없이 지은 이름으로 마블러스 스톤(marvelous stone)의 약자다. 블랙스톤 같은 세계적인 금융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고, 모든 회사의 코너스톤(corner stone=초석)이 되는 좋은 투자자로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도와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최근 언론에 우리나라 스타트업 1000개 업체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진척 속도는 어떤가.

“워낙 (1000개 기업에 투자 한다는 것이)큰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접 모든 일을 다 하기보다는 파트너들을 영입하고, 특히 코워킹스페이스와 엑셀러레이터들을 인수합병해서 진행한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한 데 모은 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한 섹터나 팀당 1년에 5~10개의 스타트업을 투자 지원한다고 보면, 이런 성과들이 모여 50개, 100개, 1000개가 될 거란 생각이다.”

- 기업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나.

“특별한 기준 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잘 준비한 기업이면 환영한다. 우리는 동북아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검토를 통해 우리와 투자자가 이윤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선정 대상이다. 제한은 없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분야는 물론 있다.”

- 선호하는 분야가 무엇인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는 핀테크다. 마블스톤이 금융지주회사이므로 금융사업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고, 미디어 산업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외 분야라도 방향성과 철학이 옳다면 분야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 1개 기업당 투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나.

“초기 투자금은 한 업체당 최소 25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정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상한선은 없다고 봐도 된다. 초기 투자금은 자체 동원이 가능하고, 투자한 기업이 가능성을 보이면 자금을 더 끌어 모으는 건 어렵지 않다. 다들 투자할 데가 없어서 못한다고 할 만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자체 엑셀러레이터 플랫폼인 텐케이(10K)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달라.

“10K는 단순한 엑셀러레이터라기 보다는 스타트업들이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구체적으로 구현하자는 게 큰 그림이다. 첫째는 일반적인 엑셀러레이터의 역할로서 초기 투자를 해주고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둘째는 업무 공간 제공, 즉 코워킹스페이스 서비스다. 셋째는 미국의 크런치 베이스처럼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와 미디어를 통합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으로, 이게 바로 10K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50개국 100개 섹터의 스타트업이 모이고 각국의 엔젤투자자들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 그동안 투자한 기업가운데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

“시작한지 4~5년 밖에 되지 않아 실적이 많지 않다. 좋은 투자를 놓친 경우는 많다. 개인적인 엔젤투자 경험도 많지만 소개할 만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벤처 쪽에서 성공이라면 적어도 1조원 단위까지 회사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

 - 1조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유명한 투자 사례 정도는 있지 않나.

“테크인아시아라는 좋은 스타트업을 돕자는 마음으로 투자를 했는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세버린 등이 투자에 동참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긴 하다. 투자 규모는 400만달러정도다.”

- 당장은 성공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큰 기업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10K 자체도 하나의 스타트업으로 보고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올해 프로모션한 스타트업 중 싱가포르 핀테크 회사인 토탈리턴클럽의 경우 초기 투자는 1억원 이하에서 출발했지만 순식간에 기업가치가 2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은행 사장단 출신들이 차린 회사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 최근 지나 행(Gina Heng) 마블스톤 대표가 한국이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라는 말을 했는데.

“한국은 이미 모든 기반을 갖췄다. IT·핀테크라는 기술력도 있고 자체 시장도 경제 순위가 세계 11~15위에 들 만큼 크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코스닥이 엄청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이 스타트업 허브가 많지 않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 그렇다면 한국이 스타트업 육성에 있어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스타트업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재료가 다 있고, 자본도 넘쳐난다. 그런데도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이는 시장성의 차이와 철학의 부재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정말 어렵게 10억원의 가치를 만든다고 봤을 때,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는 똑같은 아이템으로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도 최근 2~3년 사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우리는 한국 스타트업이 고전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왜’가 너무 많아서다. 이유를 찾아 고치려는 고민보다는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골라서 키우는 데 전념할 것이다. 한국은 소문이나 유행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하나 둘 모이다보면 중국처럼 급격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유독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마블스톤 구성원이 한국인이고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시아에 포커스를 맞추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세가 중국을 거쳐 아시아로 넘어올 것이라고 본다. 그 흐름이 과거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크고 빠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또한 그 중심에서 한국이 굉장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국 등지에서 부는 케이팝(K-POP) 열풍 등 한류가 지닌 막강한 힘을 이미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굉장한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 일반 기업들도 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스라엘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알려져 있다.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 이스라엘은 너무 잘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크기도 작고 인구수도 적은 나라가 아무 것도 없는 환경에서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가 모델로 삼을 창업 육성 모델이라고 생각하며, 싱가포르가 그걸 잘 벤치마킹한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은 이슬라엘과 싱가포르 등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1990년대 IT 버블을 통해 엄청난 시장을 만들었던 특이한 전례를 갖고 있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기업 또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능하면 일찍 창업해보는 게 좋다. 잃을 것 없고 안전한 대학생 때 정부의 좋은 프로그램이나 엑셀러레이터들의 도움을 받아 창업하길 권한다. 창업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력이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협력을 하는 추세 아닌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 무얼 하든 중간 이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7세에 단돈 500달러를 들고 싱가포르로 건너갔다는 조 회장. 그가 이국땅에서 발견한 건 다름 아닌 조국 한국의 ‘가능성’ 이었다. 이런 기회의 땅에서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던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외친다. “Boys, Be ambit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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