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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⑤] '기생충'이 보여준 '가정 (家庭)'과 '가정 (假定)'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⑤] '기생충'이 보여준 '가정 (家庭)'과 '가정 (假定)'
  • 박가희 기자
  • 승인 2020.02.2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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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동방예의지국인 만큼 한국어에는 경어(敬語)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식사하세요” “ 진지 드세요” “명을 다 하셨습니다” “서거 하셨습니다.” 이처럼 급이 점점 높아지는 존댓말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춰지는 표현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밥 먹어”, 심지어 엄마가 화나셨을 때는 “밥 쳐oo” “누가 죽었대” “누가 밥 숟가락 놨대” 라는 표현 까지 한국어는 영어보다 표현의 맛을 더하는 단어 및 장치들이 많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야 하는 반면, 영어는 중요한 메시지 전달을 앞에서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나는 너를 사랑은 하니?” 와 같이 뒷부분에서 의미가 결정이 되지만 영어는 “I love you. I don’t love you. Do I love you?” 와 같이 앞부분에서 긍정, 부정, 의문이 이미 결정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Parasite)’은 빈부의 격차를 보이는 두 가정 (家庭)을 그리고 있다. 등장 인물 들 중 특히 기정 역의 박소담과 연교 역의 조여정은 반말과 존댓말을 교묘하게 섞으며 대사의 집중도를 높인다. 맛깔스러운 한국어적 표현들이 영어로 옮길 단어가 없을 땐 다소 안타깝기 까지 하다.

특정 상표명을 섞은 ‘짜파구리 (짜파게티+너구리)’ 는 ‘ram-don (라면우동)’으로 번역되었으며, 파티를 초대하면서 복장을 말하는 대사 중 “그냥 추리닝 입고와”에서 등장한 추리닝은 ‘training (훈련, 연습)’을 재미있게 발음하여 ‘추리닝’이 된 맛깔스러운 우리 식 단어이다.

 

이는 ‘sweat shirts (땀나는 셔츠)’로 번역되면서 한국인들이 느낄 수 있는 언어적 감각을 똑같이 외국인들이 느낄 수 없음에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기생충’의 역주행 행진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가족을 의미하는 가정도 있지만 학창시절에 우리를 그토록 괴롭혔던 문법 중 ‘가정(假定)법 (subjunctive mood)’도 있다. 영화 내내 부(富) 동경하며 기택 역인 송강호 가족들의 대사에는 불가능을 갈망하는 표현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if I had all money, (내가 이 돈을 모두 가지면- 가정부인 충숙의 대사), if lived in this house, (내가 이 집에 산다면 – 과외 선생님의 기우의 대사), if it was for real (이게 현실이라면 – 기택의 대사)’ 이처럼 현실에 불가능한 것을 반대로 말하는 대사들이 있다.

만약 영어 자막이 “if I have all money, if I live in this house,”와 같이 had -> have, lived -> live 했다면, 이것은 현실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현실에 불가능한 것을 반대로 말할 때는 had, lived, was 와 같이 동사의 과거 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기정은 이처럼 말한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살께요.(When I have money, I will buy that house.)’ 와 같이 가능한 일은 had가 아닌 have 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생충을 봤다면 그 대사 하나를 영어 자막으로 다시 감상하면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을 직접 찾아 보는 것도 영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수진 소장
조수진 소장

 

글_조수진

-'조수진의 영어 연구소' 조수진 소장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조수진 영어 (토익) 연구소

-중국 청도 대원 학교 (국제부 영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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