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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이슈에 대한 WHO의 대처 논란
[이슈]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이슈에 대한 WHO의 대처 논란
  • 박가희 기자
  • 승인 2020.02.25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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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미국발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사태 관련 문답 내놨다가 수정... ‘소비자들 혼란 가중’ 지적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사태에 대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인 문답을 발표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 WHO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들은 해당 문답이 발생시킨 논란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중보건 개선에 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 WHO, 전자담배 관련 공식 문답에 "소비자 혼란" 비판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1월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사태와 관련, 공식 문답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문답이 과학에 기초한 객관성 보다는 전자담배에 대한 경고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자 WHO는 1월29일 문답서의 내용 일부를 수정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고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전자담배에 대한 WHO의 입장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WHO가 처음 내놨던 문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국 폐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에 대한 모호한 설명을 꼽는다. WHO가 발표한 첫 문답에는 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대마초 성분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실제로 첫 번째 문답은 미국 내 중증 폐질환 발생의 원인으로 ‘니코틴을 함유한 액상형 전자담배’만을 지목해 전자담배와 폐질환을 바로 연관 지었다. 반면 실제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마리화나 성분의 일종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의 연관성을 설명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수정 발표된 1월29일자 문답에는 ‘미국에서 발행한 환자 2000여명 중 80% 이상이 THC가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단순히 니코틴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된 사례는 14%에 불과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WHO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WHO가 지켜야 할 공신력과 객관성이 무너졌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WHO의 불투명한 대응은 공중보건 개선에 도움 안돼

WHO는 수정 문답을 발표하면서도 첫 발표에 담긴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 담배 관리 프로그램 책임자 비나야크 모한 프라사드는 “문답서에 대한 비난은 전자담배를 옹호하는 영국 주도 단체와 미국의 일부 단체들로부터 나온 것일 뿐”이라며 “그 외 다른 국가들은 WHO와 동일한 반(反) 베이핑(Vaping)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월 20일 발표한 문답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폐 질환 사태로 혼란스러워하는 대중에게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이후 수정된 문답은 처음 문답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WHO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고 있다.

런던 퀸 메리 대학 담배 의존성 연구 책임자 피터 하젝은 “WHO의 이런 태도가 세계적 보건기구로서의 명성을 떨어트리고 있고, 특히 처음 발표됐던 문답은 지극히 악의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2019년에 ‘전자담배가 니코틴 대체요법보다 행동학적으로도 금연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영국의 금연운동조직인ASH(Action on Smoking and Health) 최고 책임자이면서 금연 수단으로 전자담배를 옹호하고 있는 클라이브 베이츠 박사는 “전자담배와 일반 연초담배의 건강 위해성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매우 비윤리적이다.

WHO의 모호한 입장은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고, 이로 인해 공중보건 차원에서 심각한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관리감독 실패와 소비자들의 잘못된 행태 (특정 업체나 소비자들의 대마초 성분 첨가)라는 주요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해당 이슈를 전자담배 전반의 문제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은 지양 되어야 한다.

한 전문가는 "WHO 같은 국제기구나 규제 당국이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정보 전달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뒤로 하고 일종의 ‘공포 마케팅’에 치중하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결국엔 흡연자들이 가장 해로운 형태인 일반 담배에 머무르게 하는 결과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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