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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빌사남’ 김윤수 팀장 “신뢰가 있으면 없는 물건도 팔 수 있다”
[파워인터뷰] ‘빌사남’ 김윤수 팀장 “신뢰가 있으면 없는 물건도 팔 수 있다”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5.12.2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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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집 강제수용 설움 딛고 강남 빌딩 전문가로 ‘인생역전’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이상혁 기자 | 사진 = 김동현 기자

지독하게 가난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생계를 위해 중학생 때부터 공부 대신 돈벌이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단돈 40만원에 보금자리를 빼앗긴 소년과 가족들. 소년은 다짐한다. 부자가 되겠노라고.

집을 빼앗긴 충격과 분노는 부동산계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심어줬다. 그로부터 7년 후 소년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빌딩 중개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억대 연봉과 더불어 자신 명의로 빌딩을 매입할 정도의 재력도 생겼다.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김윤수 원빌딩 팀장(25)의 인생역전 스토리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원빌딩 사옥에서 ‘빌사남’ 김윤수 팀장을 만나 살아온 과정, 에피소드, 투자 노하우 등을 들었다.

▲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원빌딩 사옥에서 ‘빌사남’ 김윤수 팀장이 살아온 과정과 에피소드, 투자 노하우 등을 설명하고 있다.

 

- 빌딩 중개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건 고등학생 시절이에요, 2008년도에 가족이 살던 집이 광명역KTX 개발지에 묶여 수용을 당했습니다. 당시 보증금 300만원에 세를 살고 있었는데 보상금 40만원만 받은 채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때 ‘부동산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돼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고, 2009년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서 군대를 갔고 전역 후에 본격적으로 중개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고생도 많이 하셨겠네요.

“학창시절을 공부보다 일로 보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주유소에서 5년간 아르바이트를 했고, 피자 배달, 중고품 장사, 뻥튀기 장사 등 험한 일들을 많이 했어요. 그 외에도 산에서 등산객들에게 커피를 파는 등 온갖 일을 다 해봤습니다.”

 

- 힘들게 살아오셨으니 취업 후 각오도 남다르셨을 텐데.

“그렇습니다. 특히 취업할 당시 아버지께서 대장암에 걸려 돈이 많이 필요할 시기였어요. 수술비가 없어 사채를 빌리기도 했죠. 그래서 더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에도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지금은 광명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조만간 부모님께 전원주택을 사드리고, 저만 독립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긍정적이고 바른 생각을 지닌 청년임이 분명했다.

# 고객신뢰 얻어 최연소 팀장으로 우뚝

- 현 직장인 원빌딩은 어떤 회사인가요.

“빌딩 매매·임대 중개 및 자산관리를 하는 회사로, 직원 수는 약 80명입니다. 1998년에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출발했지만 사세가 확장돼서 사옥을 지었고, 옆 건물도 같이 쓰고 있습니다. 보통은 빌딩시장이 폐쇄적이라 정보공유를 잘 안하는데 저희 원빌딩은 WCD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고, 여기에 건물주·연락처·매매사례 등 5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가 들어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정보공유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 최연소 팀장으로 유명세가 대단하던데, 언제 팀장을 달았나요.

“지난해 8월에 팀장이 됐으니, 1년 4개월 정도 됐네요.”

- 남들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진실 되게 사람들을 대했어요. 보통 (다른 공인중개사들은) 중개만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명도나 임차인관리 등 다른 일들도 해결해주다보니 2차 구매를 해주시는 고객 분들이 생기고, 한 번 연을 맺은 고객 분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소개를 해주시는 등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어리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나요.

“처음에는 (어린 사람이 접근하면) 의심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계속 찾아가고 정보도 많이 드리려고 노력하다보니 결국 인정해주시더군요. 사실 제가 어려서 더 좋았던 경험도 많아요. 한번은 어떤 분께 전화상으로 인사드리니 만나주실 생각도 안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무조건 찾아뵙겠다고 하고, 밤 9시에 그 분이 계신 교외의 한 식당으로 갔죠. 막상 저를 보시더니 굉장히 미안해하셨어요. ‘이렇게 젊고 선하게 생긴 사람인줄 몰랐다.’ ‘우리 아들 같다.’며 잘 대해주셨고, 그 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됐어요.”

 

- 재미있네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 분을 호텔 로비에서 처음 뵙고 여러 물건을 보여드렸는데 다 싫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신뢰를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매주 토요일마다 그 분을 찾아가 물건을 보여드렸고, 그렇게 10번(10주) 정도 꾸준히 찾아가니 관심을 보여주시더군요. 그러다 식사 자리에서 그 분의 사모님을 뵙게 됐는데 제가 젊은 나이에 열심히 사는 걸 좋게 보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뒤로 건물 소개를 하니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셔서 놀랐어요. 그 분이 최근에 고객을 7명이나 소개해주시기도 했고, 연락도 자주 하시면서 ‘김 팀장 뭐해. 밥 사줄게’라고 하세요. 이런 경험들이 너무 보람되고 좋아요.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게.”

그의 진심어린 정성은 콧대 높던 재력가들의 마음을 열었다. 절박함 속에서 만들어진 특유의 근성이 ‘어린 나이’라는 콤플렉스마저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보였다. 그는 특히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뢰가 있으면 없는 물건도 팔 수 있어요.”

 

# 부동산은 입지가 중요…비싸더라도 명품에 투자하라

- 수많은 재테크 수단 중 빌딩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꼽는다면.

“(빌딩은) 임대수익에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경기를 많이 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고도 할 수 있죠. 또 빌딩은 개별성이 커요. 주택의 경우 물건의 시세가 대동소이하게 정해지지만, 빌딩은 같은 지역 내에 있더라도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올해 빌딩시장 경기는 어땠나요.

“빌딩시장은 올해 굉장히 호황을 누렸어요. 서울지역 빌딩 거래건수가 작년에 740건이었는데 올해는 1025건을 넘었어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5층 정도에 5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의 거래가 활발해요.”

- 앞으로의 빌딩시장 경기를 전망하신다면.

“일본·독일처럼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해요. 주요지역 건물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외곽지역 건물 가격은 떨어질 겁니다.”

- 빌딩을 사려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막연한 분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얼마가 필요한가요.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부분 대출을 끼고 매입하시잖아요. 쉽게 말해, 현금 10억원 정도만 있으면 30억원 규모의 빌딩을 살 수 있습니다.”

- 빌딩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무조건 ‘입지’를 우선시하라고 강조해요. 입지가 좋으면 수익률은 따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많이 주더라도 코너나 메인상권에 위치한 물건을 매입하는 게 정답입니다. 명품은 살 때 비싸긴 하지만 팔 때도 비싸게 팔 수 있잖아요.”

 

- 빌딩 투자 유망지역을 추천해주세요.

“일단 서울 강남권을 추천합니다. 강남·서초·송파 모두 좋은 투자처라고 볼 수 있어요. 강북 쪽으로는 홍대나 이태원, 한남동 등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인구유동성이 높은 중심지를 선호하시는군요.

“인구 고령화 등과 맞물려 외곽지역은 상권이 점점 중심지에 흡수될 수밖에 없어요. 일례로 지하철 신분당선이 분당까지 뚫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자역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 보면 사람들이 다 강남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상권·문화·도로정비 등 여러 면에서 강남을 대체할 만한 지역은 없다고 봐요. 중개를 하면서도 강남지역 물건을 소개해드리면 탈이 없어요. 계속 (가격이) 오르니까요.”

빌딩 관련 질문에 답하는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차분한 말투 속에는 강한 확신이 배어 있었다. 왜 수많은 자산가들이 그를 믿고 중개를 맡기는지 알 것 같았다.

 

# “이봐 해봤어?” 故 정주영 회장이 롤모델

- ‘빌사남(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이라는 닉네임이 참 인상적입니다. 직접 지으셨나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저를 어필하겠다는 생각에 처음은 ‘빌딩 거래하는 청년’이라는 닉네임을 썼어요. 뭔가 부족함을 느껴 한 달간 고민하던 중에 멘토이자 제가 아는 블로거께 조언을 구했는데 ‘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 어떠냐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거다 싶어서 특허까지 냈죠. 앞으로 영상촬영을 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등 더 적극적으로 이 닉네임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 인생의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나요.

“故 정주영 회장을 존경하고, 그 분이 하신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합니다. 여태까지 중개한 물건들을 보면 사람들이 ‘안 될 거다’라고 했던 것들이 많았어요. 블로그 활동 역시 주변에서 말렸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고, 이젠 칭찬도 많이 들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미래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일단 내년에는 책을 한 권 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부동산 관련 책이지만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읽으실 만한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공부도 계속할 겁니다. 현재 사이버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나중에 대학원에도 진학하려고 해요. 또 내년부터는 직접 부동산에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결혼·연애·취업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세대라는 뜻의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김 팀장 같은 청년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년 후에 그는 어떤 거목이 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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