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사장 이서현)이 운영하는 제일모직 아울렛이 사상 최악의 물량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경기 김포시 수도권통합물류센터 화재로 재고가 모두 소실됐기 때문이다. 아울렛 직영점은 물론 대리점들도 물량난에 따른 매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본사 측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비즈니스리포트]가 방문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제일모직 아울렛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다. 이곳은 아울렛이 가득한 가산동 일대에서도 명소로 소문이 나 주말이면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이다. 일부 쇼핑객이 물건을 쓸어 담는 현상을 막고자 지난해 초부터는 1인당 품목별로 1장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규정을 둘 정도였다.
하지만 물류센터 화재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손님이 뚝 끊겼다. 그나마 매장을 찾아왔다가도 빈손으로 나오는 쇼핑객들이 태반이었다.
매장 앞에서 만난 한 주부는 “이곳에 자주 오는 편이었는데, 오늘 와보니 가격대가 너무 높아 살 만한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재고는 크게 1년차 재고인 1차(40~50% 할인) 물량, 2년차 재고인 2차(60~70% 할인) 물량으로 나뉜다. 3년차부터는 균일가로 판매를 하고, 그래도 팔리지 않은 물건은 소각하는 시스템이다.
물류센터 화재로 재고가 전소되자, 본사측은 서둘러 아울렛용 재고를 새로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1년차 재고로, 할인율 40% 정도에 불과한 상품들로만 매장이 채워지다 보니 쇼핑객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가산동 아울렛 직영점 관계자는 “지난 화재로 겨울상품 재고는 전부 탔다”며 “현재 매장에 있는 물량은 본사가 새로 찍어서 채운 것들로, 1년차 상품 할인기준에 맞춰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아울렛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직영점뿐 아니라 대리점들도 물량난에 따른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제일모직 아울렛 대리점 관계자는 “전국 어느 (제일모직) 아울렛을 가도 2~3차 물량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물류센터 화재 이후 매출이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입소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제일모직 아울렛에 살 물건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당분간 매출 반전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제일모직 아울렛을 방문했다는 한 블로거는 “전부 1차 아울렛 물량들로 가득 차, 정말 볼 거 없었다”며 “여기 와서 빈손으로 나온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본사측은 1년차 재고를 새로 생산해 공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화재 이전 대비 90% 수준의 물량을 공급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물량이 부족하다는 일부 목소리는 인정하나, 화재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