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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세무사의 Tax Report④] 세금의 역사 - 강국을 만드는 '조세정책'
[김정래 세무사의 Tax Report④] 세금의 역사 - 강국을 만드는 '조세정책'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6.01.27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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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세제도가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밑바탕"

 

기원전 1100년 중국의 주공은 '정전법'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세금을 거두기 시작한다.

정전법은 농지를 정(井) 자로 나누고 가운데 필지를 제외한 8필지를 8가구에게 주어 각자 경작하게 한 후 해당 토지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전부 가져가도록 하고, 가운데 1필지는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해 그 곳에서 나온 경작물은 나라에 바치도록 하는 제도였다.

불공평을 해결하고자 주공이 고안한 이 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은 신이나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덩달아 국가의 땅도 비옥해졌으며, 나라의 세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어리석은 왕은 백성을 착취해 나라의 세수를 늘리려고 하지만, 현명한 왕은 백성을 부강하게 함으로써 저절로 나라의 세수가 늘어나도록 한다.

이렇듯 조세정책은 백성을 부강하게 하기도 하고 기득권자들의 착취의 수단이 되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변화·발전해왔다. 역사적으로 세금은 국가 재정마련이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때로는 통치의 기반으로서, 때로는 목적달성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서 훌륭한 도구가 되어 왔다.

 

# 통치의 기본원칙, 세금

영국의 존왕은 귀족들과의 세력다툼에서 패하여 귀족들의 동의 없이는 그들에게 세금을 거둘수 없게 되었다. 왕으로서는 중요한 권력을 잃게 된 셈이다. 존왕의 패배 원인은 성직자들에게까지 세금을 거두려 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성직자들이 존왕에게서 등을 돌리고 귀족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존왕은 기득권층에 대항하려면 대중의 힘을 빌려한다는 기본원칙을 몰랐던 것 같다. 만약 농민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하면서 귀족과 성직자의 몫을 가져왔다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현명한 왕의 표본, 세종대왕의 조세정책

중국에 주공이 있었다면 조선에는 세종대왕이 있었다. 세종대왕은 그해 농사의 풍흉과 토지 비옥도에 따라 토지등급이 정해지면, 토지 등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연분9등법 전분9등법이라는 과세체계를 도입했다.

이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관리들의 재량에 의해 세금이 결정됐기 때문에 지체높은 양반들의 눈치를 보느라 양반들로부터는 세금을 못 거두고 힘없는 농민들에게만 세금을 거두고 있었다.

세종대왕은 연분9등법 전분 6등법을 도입함으로써 지방관리와 양반들간의 유착관계를 제거하고 세율등 과세요건을 법으로 정하여 관리들의 과세 재량권을 대폭 축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제도에 대해 기득권층인 관료들이 크게 반대했지만, 세종대왕은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 농민들의 세부담은 덜어주고 국가의 재정은 튼튼하게 하여 조선이 번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 사회문제의 해결사, 세금

옛날 구소련에는 목적세의 하나로 '무자세'라는 게 있었다. 인구 증가책의 일환이었던 이 세금은 20세 이상의 독신 남녀와 아이가 없는 부부에 대해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수입의 6%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세금을 면제 받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의사의 증명이 있어야만 했다.

'무자세'와 반대되는 목적세로서 과거에 싱가포르는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아이을 둘이상 낳을 경우 조세혜택을 격감시키는 방식으로 목적 달성을 노렸다. 싱가포르는 또한 '정원도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길에서 잘 보이도록 정원을 잘 가꾸면 연간 300달러의 세금 감세 혜택을 주어 아름다운 도시를 만느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금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서, 또는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양책으로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세정책만 잘 활용해도 살기좋은 나라,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독립은 영국의 과도한 세금정책에 대한 반발로 인해 이뤄졌고, 일본은 조선을 장악하기 위해 조선의 징세기관부터 정비했다. 세금은 이처럼 오랜 역사를 통하여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강국이 되기 위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또한 예로부터 강국의 근저에는 잘 정비된 조세제도가 버티고 있었다.

작년 초 정부가 담뱃값을 2배 가까이 인상하면서 ‘국민건강’을 내세웠다. 1년이 지난 지금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증가는 3조6000억원으로 정부 예측치를 7421억원 웃돈 반면, 성인 남녀의 흡연 감소율은 5.8%에 그쳐 정부의 예측치인 8%에 못미쳤다. 또한 매년 흡연율이 감소 추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내세웠던 ‘국민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처음 담뱃값 인상을 발표했을 때 국민건강보다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많았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간접세이고 단일비례세율이라는 역진성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정말 단순 증세를 위한 수단으로서 담뱃값을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면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에게 그 부담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한 방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의 주공이나 세종대왕 같은 현명하고 어진 왕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국가의 통치는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좋은 조세제도가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밑바탕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을 아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김정래 세무사 프로필] ◇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졸업 ◇ 더케이(The K)세무회계컨설팅 대표세무사 ◇ 한국세무사회 홍보상담위원회 위원 ◇ 한국세무사회 전산솔루션개발위원회 위원 ◇ 한국세무사회 전산세무회계자격시험출제위원회 위원 ◇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식품컨설팅 전문위원 ◇ (전) 국세청 고객만족센터 종합소득세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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