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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신본성 '푸리' 대표 "핸드메이드의 순수함에 빠져보세요"
[파워인터뷰] 신본성 '푸리' 대표 "핸드메이드의 순수함에 빠져보세요"
  • 조도람 기자
  • 승인 2016.02.1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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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위해 만들었던 잼으로 사업 승승장구…“한류콘텐츠로 키우고 싶어”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사진 · 정리 = 이상혁 · 조도람 기자

‘젊은이들의 거리’ 서울 대학로에는 핸드메이드 수제 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푸리(PURIE)’라는 매장이 있다. 잼뿐만 아니라 직접 제조한 향수와 캔들까지 판매하는 이곳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2013년 변변한 자본금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사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향한 신본성(25·사진) 대표의 한결같은 열정 때문이 아닐까.

꽃다운 20살,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을 때 그녀는 아버지 병수발을 들었다. 1년 8개월간 일터와 병원을 오가며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에게 좌절할 시간은 없었다. 평소 단 것을 유독 좋아하셨지만 설탕을 섭취해서는 안 되는 아버지를 위해 개발하기 시작한 수제 잼은 현재의 ‘푸리’를 있게 해준 대표 아이템이 됐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최근 대학로에 수제 잼 열풍을 몰고 온 ‘푸리’의 신본성 대표를 만나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인터뷰 내내 20대의 쾌활한 모습을 보였던 그녀도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가 나올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 회사명이 독특합니다. ‘푸리’, 어떤 회사인가요.

“푸리는 식품 제조업과 화장품 제조업을 함께 운영 중이에요. 이런 케이스는 좀 드물죠. 보통 외주로 많이 맡기세요. 하지만 저희는 직접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죠. 1차 산업인 제조업부터 3차 산업인 서비스업까지 함께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희 회사 이름인 푸리(PURIE)는 ‘순수함(PURE) 속에 나(I)를 넣는다’라는 뜻이에요. 잼 같은 경우는 적게는 4시간 많게는 10시간까지 직접 저어가며 만드는데, 회사 이름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입니다.”

 

- 수제 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푸리는 제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20살 때 아버지는 담도암 말기로 3주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어요.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그날부로 학업을 중단하고 아버지 곁에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면 매일 병원에 들렀어요. 평소에 아버지는 초코파이를 너무 좋아하셨는데, 담도암 환자는 설탕과 밀가루를 먹을 수 없잖아요. 그때부터 계속 고민했어요. 내가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그러던 중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 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프락토올리고당을 이용해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한 잼을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하게 됐죠. 암환자에게 좋다는 망고잼, 헛개나무잼, 도라지잼 등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드렸더니 맛있다며 너무 좋아하셨어요.”

 - 그렇게 잼을 만들었던 것이 결국 사업으로까지 이어졌군요.

“아버지는 1년8개월을 투병하시다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이름도 바꾸고,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던 그 잼으로 사업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후에 '아이들 랏'이라는 서울시 공간공유기업을 통해 2013년 11월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맞은편에서 플리마켓 형식으로 판매를 시작해 2015년 3월 현재의 매장을 얻게 됐어요.”

 

- 상품 이름이 하나같이 독특합니다. 어디서 아이디어가 나오나요.

“저는 한국말에 담긴 예쁜 정서, 마음, 그리고 추억을 제품에 담고 싶었어요. 특정한 향은 그때 그 시절, 그 순간, 그리고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잖아요. 저는 그런 이야기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너랑 슬리퍼 신고 걷고 싶어'의 향은 어떨 것 같나요. 아마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 편안함,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 등의 이미지들이 연상 될 거예요. 사람마다 어떠한 순간을 떠올릴 때 기억과 관련된 스토리는 모두 다르겠지만 얼추 비슷한 감성과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어요. 때문에 제품의 이름만 들어도 '아 이건 이러이러한 향이겠구나'라고 미리 짐작하실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네이밍은 전부 제가 도맡아 했고요. 한번은 어떤 여성분이 썸남에게 선물할거라며 '느낌 오는 남자'라는 향을 포장해가셨는데, 그 선물이 계기가 돼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해요. 그리고 얼마 후에 남성분이 여성분에게 '살랑살랑 다가와' 향수를 보답으로 선물하셨죠.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 중소기업으로서 상품 마케팅이 어려울 것 같은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실전에서 터득한 케이스예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제가 취했던 마케팅이 기업외부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서로 윈-윈하는 ‘릴레이션쉽 마케팅’, 제품의 판매와 기부를 연결하는 ‘코즈 마케팅’이더라고요. 푸리는 제 삶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됐어요. 때문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추구와 함께 공익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일부 수익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하루는 매출이 여느 날보다 3배 가까이 뛰었어요. 그 이유를 알아보니, 어느 파워블로거가 저희 푸리 향수를 성년의 날 향수로 추천한다는 게시물을 포스팅 했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파워블로거의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요. ‘바이럴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후에는 SNS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죠.”

- 푸리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희 가게는 단골이 참 많아요. 손님들은 저희 가게를 ‘선물 가게’라고 하세요. 그래서 저는 ‘푸리 is present’, ‘푸리 in present’라고 생각해요. 푸리는 선물이다, 푸리는 선물 속에 있다. 선물이라는 것은 참 좋은 거잖아요.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설레는 맘으로 신중히 고르고, 포장하고. 그 마음이 참 예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가게엔 늘 웃음이 끊이질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푸리를 다시 찾고, 기억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제품 마다 스며있는 각기 다른 스토리, 제품력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품이 좋으니 다시 찾아오시는 거겠죠”

- 시중에는 유명 브랜드 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잼이 나와 있는데, 푸리 잼만의 인기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흔히 잼이라 하면 ‘빵에 발라 먹는 것’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저희 잼은 차로도 음용이 가능해요. 공장 생산품에 흔히 첨가되는 젤라틴과 겔리어픽스 성분을 배제해 물에 쉽게 풀어지거든요. 그리고 요거트에 섞어 드셔도 맛있어요. 보통 잼들은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아 쉽게 곰팡이가 피게 돼요. 하지만 푸리 잼은 다양한 방법으로 드실 수 있기 때문에 오래 방치할 일이 없죠. 손님들도 더욱 신선한 제품을 빨리 만나 볼 수 있어 좋아하십니다.”

 

-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사업을 시작해 고전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동안 적잖게 고생도 했을 것 같은데요.

“정말 수없이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우선 저는 자본금 없이 집에 있는 재료로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라 자금적인 여유가 없어 늘 힘들었어요. 그래서 수익이 나면 자리를 마련하고 넓혀가는 것에 집중했죠. 또 다른 것은 여성이라는 점이었어요. 여성인데다가 어린나이까지, 얕보기 딱 좋았죠. 저는 저를 믿고 제품을 믿어달라고 말했지만,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전 그저 어리고 약한 여성대표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상반기에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여성기업인증’을 받았죠.”

- 고생한 만큼 보람도 느꼈을 것 같은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물론 견문도 좁고 나이도 어려 갈 길이 구만리지만, 구입한 제품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 특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사람을 통해 받은 그 느낌을 제품에 다시 반영하는 선순환이 이뤄졌죠. 이런 과정들 때문인지 점점 더 좋은 제품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열린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더불어 스스로의 인간적인 성장에도 보람을 느껴요.”

-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현재는 나라의 지원이 과거에 비해 강화돼 많은 청년들이 사업에 도전하는데, 쉽게 뛰어든 만큼 빨리 포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쉽게 발을 넣을 수도 있지만 쉽게 발을 뺄 수도 있는 것이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을 제품에 쏟았어요. 아버지에게 잼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다짐한 그 순간부터 제품연구는 시작됐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제품을 위해 쏟는 시간을 게을리 하지 않아요.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너라면 이걸 살 것 같아?’, ‘이 제품에 만족하니?’, ‘대체 뭐가 부족한걸까?’와 같은 류의 질문들을 말이죠.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행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내실이 튼튼해야 잔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를 소망해요. 첫 번째는 우리 매장 자체의 색을 담은 매장을 내는 것이에요. 현재 매장은 대학로 한 곳 뿐인데, 먼 곳에 사시는 분들은 잼을 직접 먹어 볼 수 없고 향을 맡아 볼 수 없는 점이 불편하다고 하세요. 그분들을 위해 납품을 시작했는데, 납품을 하게 되면 사실 공간에 대한 분위기가 전혀 잡혀있지 않아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죠.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푸리만의 느낌까지 함께 선사해드리고 싶은 제 욕심이 있어요. 두 번째는 해외로 외주시장을 뚫는 것이에요. 체인점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이 이슈보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지금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 장기적인 사업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푸리가 일종의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제품이기도 하고, 그런 정서를 제품 이름 속에 녹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푸리’를 한류콘텐츠로 자리매김시켜 외국인들도 ‘한국의 잼’하면 ‘푸리 잼’을 꼽을 수 있게끔 세계를 무대로 우뚝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

 

‘아버지’는 신 대표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다. 아버지가 지켜보고 계실 거란 생각에 정성이 가득 담긴 제품을 만들고, 더 부지런히 발로 뛰려고 노력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사업이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샤넬을 논할 땐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듯,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이름 석자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사람.” ‘푸리’와 ‘신본성’이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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