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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아시아인 최초 MLB 공식 에이전트' 길성용 대표 "제리 맥과이어처럼 살래요"
[파워인터뷰] '아시아인 최초 MLB 공식 에이전트' 길성용 대표 "제리 맥과이어처럼 살래요"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6.02.1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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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선수들의 ML 진출 돕겠다"…매니저·기자·건설업·큐그레이더 등 '팔색조' 인생

인터뷰 = 정선화 기자 | 정리 = 이상혁 기자 | 사진 = 조도람 기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땐,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초’의 길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선택한 한 남자가 있다. 바로 ‘골프여제’ 박세리의 초대 매니저, 국내 최초 큐그레이더로 유명한 길성용(46) 스포츠매니지먼트인터내셔널 대표다.

최근에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 PA) 공식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재능 있는 야구선수들이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본인이 취득한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자격제도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지난 12일 서울 을지로 길 대표의 사무실에서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자격제도와 각오, 인생역정 등 진솔한 그의 삶을 들었다.

▲ 길성용(46) 스포츠매니지먼트인터내셔널 대표가 지난 12일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자격제도와 각오, 인생역정 등 진솔한 얘기를 하고 있다.

 

-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자격증인가요.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으로, 지난해 1월에 새로 생겼어요. 기존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가 지명하면 가족·친척·지인 등 누구나 (에이전트를) 할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일부 에이전트들이 돈을 횡령을 한다거나, 투자자문을 제대로 못해 돈을 날리는 등 자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생기게 됐어요. 특히 라틴 쪽 에이전트들이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좀 더 전문화된 사람들이 에이전트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작년 1월 규정이 만들어져 8월에 첫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 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에이전트가 될 수 있나요.

“그렇긴 한데, 시험을 보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해요. ‘크롤’이라는 사설탐정회사를 통해 범죄기록과 경력, 회계 기록, 사회적 문제여부 등을 조사해 통과된 사람만 시험을 볼 수 있게 초청을 해줍니다.”

- 시험 출제유형은 어떤지, 또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선수협회에서 규정한 선수와 구단과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연봉 협상이라든가 선수의 복지 여건 등에 대해 알아야 하고, 또 연봉 계산, 법조항 같은 경우, 부상 시 보상을 받는 방법 등에 관한 문제가 출제돼요. 필기시험만 보면 되는데,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라 시험이 어렵지 않은 편이고 합격 인원 제한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로 된 법 조항들을 달달 외워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3시간동안 50개 문항을 풀어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더군요.”

 

-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 인가요.

“캐나다에서 고등학생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사회에 나오면서부터는 (야구와) 멀어졌죠. 그러다 최근에 초등학생 아들이 리틀야구를 시작하면서 다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어요.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에 가서 야구와 영어를 가르치면서 강정호 선수가 나오는 경기를 관람했어요. 그러던 중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찾아가 어떻게 해야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지 문의했고, 시험 제도가 생긴걸 알게 돼서 자격증 따게 된 거죠.”

- 본인이 못 이루신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시려는 건가요.

“그렇기도 해요. 아들이 훌륭한 선수로 클 수 있도록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나중에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되고, 제가 그걸 뒷받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한국은 물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하신 걸로 들었습니다만.

“에이전트 자격증은 리미티드, 제너럴, 엑스퍼트 3단계로 나뉩니다. 일본에서 리미티드 자격을 가진 사람은 있지만, 시험을 봐서 제너럴을 딴 사람은 (아시아에서) 제가 처음이에요. 리미티드는 공식 에이전트 밑에서 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이고요, 제너럴부터가 연봉 계약과 선수 소개 및 관리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공식 에이전트입니다. 엑스퍼트는 여기에 투자·회계 관리까지 겸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요. 제너럴로 3년간 일을 하면 엑스퍼시가 될 수 있습니다.”

- 과거에 박세리 선수의 매니저로 유명세를 타셨는데, (박 선수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1997년부터 1년간 잡지사 기자로 일했어요. 그때 타이거 우즈를 취재하게 됐고, PGA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동냥을 하게 됐죠. 우연히 박세리라는 선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하게 됐는데 ‘대성할 수 있는 친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1998년에 박 선수가 LA에서 매니저 없이 혼자서 고생하고 있는 걸 봤어요. 전에 매니저 역할을 하던 미국 교포가 연봉 문제로 떠난 상황이었죠. 기회다 싶어 박 선수에게 매니저를 시켜달라고 제안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메인스폰서인 삼성 소속으로 박세리 매니저를 하게 됐습니다. 박 선수 매니저를 했다는 자체가 저로서는 큰 영광이고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터득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김 대표는 딱 1년을 박세리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1999년부터 4년간 스포츠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2004년부터 3년간은 부친이 경영하는 건설회사의 도심 재개발 사업을 도맡았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커피 사업에 뛰어든다. 아시아스페셜티협회 및 아시아스페셜티커피감정사학원을 설립,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큐그레이더’라는 커피감정사 자격 제도를 국내 도입한 것이다.

- 갑자기 커피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입니까.

“훌륭한 농부가 키운 커피를 공정한 가격에 제공하고, 손님도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게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스페셜티 커피가 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단계로 볼 수 있어요. 경쟁도 치열해졌고, 정부 지원도 끊겼기 때문에 정말 필요로 하는 소수 인원만 교육을 받으러 오십니다.”

- 정말 다양한 일을 하셨는데, 대학교 때 전공은 무엇인가요.

“대학 때는 (제가 해온 일과) 전혀 관련 없는 생물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한창 떠오르고 있었고, 때마침 학교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야간 과정이 있어 수강을 했죠. 특히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였어요. 그걸 보면서 저도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거죠.”

그는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후, 영화 속 제리 맥과이어가 다녔던 회사명과 동일한 ‘스포츠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Sports Management International)’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20여년 전 관람했던 영화 한 편이 인생의 지침표가 된 셈이다.

-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만약 젊은 친구가 에이전트가 되길 원한다면 영어회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일단 시험부터가 영어와 스페인어로만 출제되거든요. 제 경우에도 유학생활을 통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전이 가능했던 거죠. 또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합니다. 에이전트라면 주눅 들지 않고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인데 이런 부분은 경험을 통해 늘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그토록 원하신 에이전트가 되신 만큼, 많은 목표를 갖고 계실 것 같은데.

“에이전트로서 우수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는 게 우선이죠.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라틴 선수들을 메이저리그로 이끌고 싶습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관리하는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로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나아가 기회가 되면 한국어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타진해본 결과 메이저리그 협회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 큐그레이더 자격 제도를 국내 도입하신 것처럼,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제도를 한국에 들여오신다는 얘기군요.

“그렇죠. 현재 에이전트 시험을 보는 건 메이저리그(MLB), 피파(FIFA), 북미 하키(NHL) 밖에 없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시험 제도가 자리 잡을 겁니다. 제가 추진하는 사설교육을 통해 에이전트가 된 분들이 당장에 한국에서 활동이 어렵다면 미국에서 우선 활동하도록 도울 것이고, 그 분들이 성실성과 진실성을 보여주면 국내에서도 제도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는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타고난 승부사였다. “인상이 박찬호 선수와 닮은 거 아시죠?”라고 물으니, “평소에 사촌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라고 한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듯, 이번에는 길 대표가 메이저리그 에이전트계에 새 이정표를 세우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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