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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바텐더 출신 CEO' 박현철 해픽 대표 "해답은 내 안에 있어요"
[파워인터뷰] '바텐더 출신 CEO' 박현철 해픽 대표 "해답은 내 안에 있어요"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6.02.2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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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힘으로 일군 칵테일바 7년 만에 6호점까지 늘려…인테리어 플랫폼 사업에도 출사표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이상혁 기자 | 사진 = 조도람 기자

20대 중반에 지방 대학을 자퇴하고 상경한 한 청년이 요식업계에 떠오르는 사업가로 두각을 나타내 이슈가 되고 있다. 박현철(34) 해픽(hepic)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바텐더 경력을 살려 차린 ‘TLC’ 칵테일바는 서울내 6호점까지 오픈하며 젊은이들의 명소가 됐다. 이어 선보인 저가형 수제맥주전문점 ‘아씨펍’도 4호점까지 오픈하는 등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최근에는 인테리어 홈스타일링 플랫폼 디플즈(www.deplz.com)를 오픈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요식업에서 IT사업까지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박 대표를 만나 살아온 인생역정과 사업 노하우 등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최근 청년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부분 업종도 IT 등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의외의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자퇴하고 2008년에 군산에서 상경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바텐더를 하다가 매장을 너무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자금이 없어 고민하던 중 한양대 대학가 인근에 굉장히 싸게 나온 상가를 발견해 계약을 하게 됐죠. 일단 계약을 먼저 하고 돈은 천천히 주는 걸로 합의를 봤어요. 보증금이 1000만원이었는데 돈이 없으니 500만원만 먼저 주고, 나머지는 차차 드리기로 한거에요. 사실 500만원도 구하기 힘들어 당시 살전 집을 빼고, 매장에 라꾸라꾸(접이식 침대)를 넣어 생활했습니다.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본거죠. 그게 2009년 첫 사업인 칵테일바 TLC 1호점 첫 스타트죠.”

-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을 꾸려나가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밤에는 바에서 주방 일을 하고, 그 돈으로 제 매장의 월세를 냈어요. 또 낮에는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했죠. 나무 벽돌 타일 등을 사서 혼자서 공사를 했고, 꼬박 5개월이 걸렸습니다.”

- 대단하시네요. 그런 도전정신이 어디서 나왔나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례로 남들이 중국에 갈 때, 저는 러시아를 택해 다녀왔어요. 러시아가 저평가 돼 있고, 가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러시아에서) 어학연수를 1년 받으면 대학 입학이 가능한데, 그 찰나에 집안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귀국하게 됐어요. 러시아에서 귀국 후 이민가방에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와 건설일용직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쇼핑몰을 준비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망해서 군산으로 내려가기도 했어요.”

 

- 어렵게 TLC 1호점을 오픈하셨는데, 장사가 잘 됐나요.

“처음엔 파리만 날렸죠. 월 매출 1000만원도 못 찍을 정도로 상당히 심각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가게를 하나 더 냈어요. 그 옆골목에 TLC 2호점을 열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2호점도 5개월에 거쳐 공사를 직접 했어요. 밤에는 바에서 일을 하고, 낮에는 공사를 한 거죠. 그러다 월드컵 시기가 왔는데, 한골 넣을 때마다 맥주 한잔씩 무료로 주는 등 이벤트를 하면서 손님이 꽉 차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장을 늘려나간 거죠.”

매장 주인이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그를 보고 미쳤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의 힘으로 보란 듯이 해냈고, 경험이 쌓이면서 준전문가 경지에 이르렀다. “1·2호점 공사를 해보니 3호점 공사는 2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어요.”

- 현재 TLC는 몇 호점까지 오픈했나요. 또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양대에 2개를 비롯해 경희대, 미아, 고려대, 신천에 총 6호점까지 냈어요. 저희는 종업원 지주제에요. 월급을 고정급이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로 주다보니 월 매출이 확 늘더라고요. 또 근무한지 1년이 지나면 (종업원에게) 수익을 반으로 나누고, 또 1년이 지나면 인수할 수 있게 해줍니다. 6개점 모두 장사가 잘 된 건 아니에요. 6호점인 신천점은 상권 파악에서 실수한 것 같아요.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이익이 신통치 않아 올해 종업원이 아닌 제 3자에게 (가게를) 양도했습니다. 사업 시작 후 첫 폐점인데, 좋은 공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패기만으로 사업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웠던 점은.

“TLC 2호점 리모델링 중 테이블톱에 오른쪽 엄지 손가락 절단사고가 났어요. 봉합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붕대를 감고 공사를 재개했죠. 지금은 훈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씨펍’이라는 수제맥주집도 오픈해 운영 중이신데요. 어떤 성과를 거두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아씨펍은 맥주와 칵테일 등을 저렴하게 드실 수 있는 펍으로, 4호점까지 오픈했습니다. 단가가 높은 기존 호프집이 불만이던 중 저가형 맥주집을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이미 해외는 금액적인 부담 없이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펍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러던 찰나 서울에도 저가형 맥주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제가 봤을 땐 (규모가) 너무 작았어요. 그걸 30평대로 늘려도 대학가에서 충분히 먹히겠다 싶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 새로운 파트너 형식인 클래식 바를 공사 중이라고 들었어요. 기존 운영하신 바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기존에 해왔던 방식들이 매장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변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로펌 형태처럼 파트너 형식으로 전체 지분에서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으로 바꾸려고 시도를 할 겁니다. 저는 그동안 음식을 해서 파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 교육이나 정보공유 등도 이뤄질 수 있게 사업모델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 사업 못지않게 부동산에 대한 안목도 높다고 들었어요.

“용산에 7년 동안 비어 있었던 상가를 매입해 커피숍 프랜차이즈에 임대를 줬습니다. 고가도로 아래라서 사람들이 꺼려했던 곳인데 지금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됐죠. 그곳을 지나다보니 고가도로에 가려 있음에도 맛집들이 많아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상가를 매입하게 된 거죠.”

- 최근에 이미지를 통한 취향분석(특허출원)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홈스타일링 플랫폼 ‘디플즈’를 오픈하셨는데.

“웹·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제가 그동안은 오프라인 사업만 했는데, 추세가 모바일로 바뀌면서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매장 인테리어를 직접 해왔으니, 그 경험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수익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사업으로 보시면 돼요.”

-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셨는데, 창업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외부에 의지하지 말고, 독립적인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는 어찌 보면 무식하게 저지르고 보는 식이었지만, 직접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나중에 큰 경험이 됐어요. 특히 요식업은 인테리어가 시작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해요. 가게 분위기가 첫인상이기 때문이죠. 꼭 저처럼 전부 공사를 하는 건 아니라도 직접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면 절약해서 오픈할 수 있을 겁니다.”

 

박 대표는 스스로를 ‘은둔형 사업가’라고 칭했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면 온힘을 다해(마치 미친 사람처럼)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얘기를 경청하는 동안 ‘어떻게 젊은 나이에 경쟁이 치열한 요식업에서 자수성가 했을까?’라는 의문이 저절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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