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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상속 마무리 삼성 ] 활짝 열린 이재용 시대…가족 간 '안정·화합' 방점
[Special Report] [ 상속 마무리 삼성 ] 활짝 열린 이재용 시대…가족 간 '안정·화합' 방점
  • 윤영주 기자
  • 승인 2021.05.0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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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균등하게, 경영권은 이재용에게
재계 "홍라희 여사 역할 커질 듯"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삼성가의 지분 상속이 마무리 됐다. 삼성그룹은 최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보유 주식 상속 내역을 공시했다. 법정 기준에 따른 가족 간 균등 분배가 이뤄진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방점을 뒀다. 삼성 일가가 상속을 받게 되는 액수는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24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금액이다. 상속세도 수조원에 달한다.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자리에 홍라희 여사가 오른 만큼 향후 삼성가의 주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재산은 균등하게, 경영권은 이재용에게

 

삼성그룹 오너가가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 지분 분할을 모두 마쳤다. 고 이건희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는 지난달 30일 지분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삼성가 장남으로 경영을 이끌어온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함께 형제간 화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안팎에선 당초 삼성가의 지분 상속은 대부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모든 분할 대상 계열사를 대상으로 법정 상속비율을 따르는 '정공법'을 택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 중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은 가족 간 법정 상속 비율(3:2:2:2)에 따라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자녀인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상속 받았다. 주식 수로 보면 홍 여사는 8308만1066주, 이 부회장은 5539만4046주,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각각 55394044주다.

삼성SDS Campus
삼성SDS Campus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증여도 주식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눴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 부회장의 지분은 17.48%에서 18.13%로 늘었고,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5.60%에서 6.24%로 증가했다. 홍 여사는 0.97%를 신규 취득했다. 법정 상속 비율에 따른 균등분배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은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이 절반을 상속받고 나머지는 이 사장이 33.3%, 이 이사장이 16.6%를 상속했다. 홍라희 여사는 상속을 포기했다.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 중 2075만9591주를,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각각 691만9863주씩을 상속받았다. 홍 여사는 상속을 포기했다.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삼성생명 주식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중 50%에 달한다. 이번 상속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10.44%로 늘었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의 6.92%, 3.46%를 보유하게 됐다. 최대주주는 고 이건희 회장에서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으로 변경됐다. 재계에서 삼성가의 지분 상속을 두고 가족의 화합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이유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요약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 확보가 필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은 17.48%를 바탕으로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다만 삼성생명 보유 지분은 0.06%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상속을 통해 삼성생명 지분 10.44%를 확보, 그룹 내 지배력 확보를 꾀할 수 있게 됐다.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 대부분을 법정 상속 비율로 나눴지만 삼성생명의 상속 비율을 달리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가족 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을 높임으로써 추후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총 자산의 3%로 이하로 낮춰야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재산 분할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가족 간 양보가 바탕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생명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로 나눈 만큼 오너가 모두 상속세 재원 마련은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가의 상속세는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오너가가 경영권과 각자 재산권을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에 비해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그간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못해 배당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높은 비율의 분기배당을 진행하는 만큼 상속세 재원 마련이 수월하다. 재계 일각에선 법정 다툼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중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가족 간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 재계 "홍라희 여사 역할 커질 듯"

삼성전자 창립 51주년 기념식
삼성전자 창립 51주년 기념식

 

삼성가 유족 4인은 상속세 신고 기한을 맞아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했다. 유족의 세무대리인 김앤장이 상속세를 서면으로 신고했다. 납부된 상속세는 총 11조 4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중 2억원을 납부했다. 나머지 급액은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재계는 삼성가의 상속 마무리와 함께 홍라희 여사의 그룹 내 역할이 중요해 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에 오른 만큼 지분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삼성가의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가족 간 갈등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백기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상속을 통해 삼성 계열사의 오너가 지분율은 변했지만 그룹 내 지배구조의 틀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며 "가족 간 경영권 안정화를 바탕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주식 분할 등이 이뤄진 만큼 가족 간 분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 삼성 제공]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 삼성 제공]

 

한편 삼성그룹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가운데 미술품을 모두 기증한다. 개인 소장 미술작품은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고,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들의 근대미술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보물 1393호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2015호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 등이다. 삼성은 해당 작품을 국립기관에 기증한다.

한국 근대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외에도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도 작품을 기증한다.

삼성은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고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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