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37] ‘기생충’ 통역사도 우회적으로 전한 '부정문'
[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37] ‘기생충’ 통역사도 우회적으로 전한 '부정문'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8.2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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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한국어는 “나는 네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 라고 표현 한다. 이를 영어로 직역하면 “I think you are not right.” 이지만 실제로 영어에서는 “I don’t think you are right.” 과 같이 not 을 먼저 사용한다. 따라서 영어 문장의 앞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확한 내용 을 파악하기 어렵다.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듯 뒷부분이 중요하며, 영어는 반대로 앞부분이 중요하다. “나는 너를 좋아 하~~지 않아.” 같이 not이 뒤에 나오며 반면 영어는 “I don’t like you.” 처럼 not이 먼저 사용된다.

이 메일이나 편지 같은 양식에서도 영어는 중요한 이슈를 전반부에 쓴다. 반면, 한국어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서 인지 앞부분에 건강, 근황 등을 묻다가 본격적 글의 목적은 ‘다름이 아니 오라’와 함께 주로 중반부터 시작된다.

‘기생충’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 (최성재)가 ‘유퀴즈’ (tvN)에 출현 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에피소드를 밝히며 그녀가 언급한 영어의 부정문이 지닌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알아 보고자 한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사진 왼쪽)과 출연 배우들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 봉준호 감독(사진 왼쪽)과 출연 배우들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문 통역사가 아님에도 대략 500회의 인터뷰를 통해 표현된 깨알 같은 표현들, 뛰어난 순발력, 현명한 판단력 뒤에는 역시 그녀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 봉준호 감독의 모든 인터뷰를 미리 공부하여 봉 감독의 표현 방식, 자주 사용한 어휘들을 미리 숙지 한 후 실전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간결하지만 임펙트 있게 표현하고자 내용을 놓치지 않도록 메모 하는 등 전 세계가 극찬한 그녀의 천재성 뒤에는 역시 성실성이 숨어 있었다.

2019년 12월 19일 ‘The Tonight Show’ (NBC)에 출현 한 당시 진행자 지미 팰런 (Jimmy Fallon)은 영화에 대하여 이렇게 질문 했다. “How do you describe Parasite?” (영화 기생충을 어떻게 설명 하실 수 있으세요?)” 이어 봉준호 감독은 “나도 이쪽에선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어요. 스토리를 모르고 가서 봐야 재미있거든요.” 라는 답변을 샤론 최는 “I'd like to say as little as possible here because the film is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 처럼 통역했다.

이어 지미 팰런은 “This is a talk show, so you have to say something.” (여기는 토크쇼라 뭐를 좀 말씀하셔야 돼요.) 라고 웃으며 이어 갔다.

# 긍정문이 전하는 부정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어요” 라는 부정문을 “I want to say as little as possible.” 처럼 긍정문으로 바꾼 것에 대한 극찬이 쏟아 졌었다. 왜냐하면 영어의 부정문은 전달되는 부정의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봉 감독의 답변은 영화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싶은 게 아니라 모르고 볼 때 (go into it cold) 재미있기 때문에 가능한 자제 하겠다는 표현을 긍정문과 함께 ‘as little as possible’ (가능한 적게)로 적절하게 사용된 것이다.

만약 샤론 최가 “I don’t want talk about the movie because the film is best when you watch it before you know the storyline.” 라고 했다면 너무나 다른 통역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 부정문은 왜 도치?

<아름다운+게 = 아름답게> 처럼 형용사의 수만큼 부사의 수도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부정 (否定) 의 의미를 지닌 부정부사 (negative adverbs)는 몇 개 정해져 있다. hardly, rarely, seldom 등 not 의미를 품고 있기에 ‘거의 ~않게’로 해석된다. “I kindly help him.” (나는 친절하게 그를 돕는다.) 에서 kindly 가 강조되기 위해 “Kindly I help him.” 와 같이 앞에 사용되어도 어순 (語順)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I hardly help him.” (나는 거의 그를 돕지 않는다) 를 “Hardly I help him.” 라고 하면 문법에 틀린다. 몇 개 안 되는 부정 부사의 강조가 “Hardly do I help him.” 과 같이 도치 (倒置)라는 특별한 어순으로 취급된다. 이는 영어가 not 에 대한 의미 전달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는 것을 재 확인 할 수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전통공연의 한 장면.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전통공연의 한 장면.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 Not 을 긍정으로 해석

“공연이 언제 시작해요?” 물으면 “It starts at 7.” “It won’t start until 7.” 두 문장 모두 “7시에 공연이 시작된다”라는 의미임에도 not 이 들어간 두 번째 문장은 마치 “7시까지 시작을 안 하면 7시 5분인가?” 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not until’ 은 부정문을 사용해 특정한 때에 무엇인가 ~ 한다는 것을 보다 강조하려는 의도다.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영어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야.” “영어 공부를 한다 말이야.” 이렇게 느낌이 다르듯 영어에서는 not 에 대한 남다른 전달 방식이 있음을 여러 가지 표현과 문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의도가 부정이 아니라면 가능한 긍정으로, 부정문의 의미 전달이 중요해 영어는 앞부분을 집중해야 하며, 부정문을 강조할 때는 도치문을 사용하는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된다.

 

[조수진 국제부장]
[조수진 국제부장]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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