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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명품에 열광하는 MZ세대] '플렉스' · '에루샤' · '오픈런' ... 다양한 형태로 소비패턴 진화
[Special Report] [명품에 열광하는 MZ세대] '플렉스' · '에루샤' · '오픈런' ... 다양한 형태로 소비패턴 진화
  • 이상혁 기자
  • 승인 2021.08.27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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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코로나19 이후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는 일명 보복 소비의 형태로 ‘플렉스’가 대세다. 경제가 불안할수록, 상품 수량이 한정될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열망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명품업계는 코로나 사각지대를 넘어 코로나 플렉스 특수를 구가하고 있다. 

사전적으로 플렉스(Flex)는 ‘구부리다’, ‘몸을 풀다’라는 뜻이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나 문화생활에 제한이 생기면서 모아둔 돈으로 ‘고가의 제품을 사볼까’, ‘명품을 구매해볼까’ 하는 심리가 플렉스 문화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백화점 3사, 명품 플렉스 효과에 함박웃음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올 2분기 명품 매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는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4969억원으로 15% 성장했다. 2019년 대비로도 매출은 11% 신장하고, 영업이익은 56.5%나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9%나 증가했다. 이 기간 순매출은 5438억원으로 28.1% 늘었다. 면세점 부문과 합친 현대백화점그룹 연결 영업이익도 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6% 성장하고, 순매출은 8638억원으로 67.2% 늘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롯데백화점도 2분기 매출이 7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20억원으로 40.9% 늘었다.

이같은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은 바로 명품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오픈런(Open Run)’을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들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대기번호가 뒷 순서일 경우 원하는 제품을 사지 못하거나 당일 입장이 불가능해 전날 밤이나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명품 브랜드들은 이를 기회 삼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 인상이 오히려 명품 구매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명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다보니 제품을 되팔기 위한 리셀러(재판매업자)들도 오픈런 경쟁에 동참한다. 오픈런이 심한 샤넬 매장 앞에는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고, 줄서기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는 전문 업체까지 생겨났다.

‘에루샤’ 뿐만 아니라 롤렉스, 오메가, IWC 등 고급 시계 시장도 활황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명품 시계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6%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18%)의 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수입 시계 매출은 40.3%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시계·주얼리 매출이 65.6% 뛰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플렉스 열풍 잡아라”…신명품 업계도 분주

신(新)명품 브랜드의 성장세도 거세다. 명품계의 전통 강자인 ‘에루샤’에 견줄 만한 매출 규모는 아니지만, 주요 소비층과 매출 성장세로 보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수입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가 대부분인 신명품은 단순한 디자인에 특징적인 로고, 접근 가능한 중고가의 가격대가 특징이다. 반팔 티셔츠 가격이 10만원 중반 선에 형성돼 있지만, 수백만 원대의 기존 명품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편이라 주로 2030세대가 구매한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 매출은 올해 상반기 들어 세 자릿수나 치솟았다. 참았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보복소비로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 매출이 오른 것처럼 신명품 브랜드로도 소비수요가 몰린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해 유통하는 아미의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동기보다 200% 이상 올랐다. 프랑스 브랜드인 아미는 빨간 하트에 알파벳 A가 붙은 로고로 유명하다. 같은 기간 여우 캐릭터가 상징인 메종키츠네와 ‘크루아상 백’으로 유명한 르메르의 매출도 각각 100%씩 증가했으며, 톰브라운의 매출도 40%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공식 수입 판매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올해 1~5월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6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크네 스튜디오와 폴스미스는 매출도 각각 33.4%, 3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F의 수입 브랜드 이자벨 마랑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상승했고, 남성복 라인의 경우 약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 특히 이자벨 마랑의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스웻 셔츠와 후드 티셔츠의 경우 주요 사이즈 제품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CU에서 판매하는 바바리아 요트. (사진=BGF리테일 제공)
CU에서 판매하는 바바리아 요트. (사진=BGF리테일 제공)

9억원대 요트 판매…편의점도 ‘플렉스’ 동참 

이 같은 플렉스 문화는 집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에까지 스며들었다. 지난 설 선물세트를 플렉스에 초점을 맞춰 특수를 누린 편의점 업계는 이번 추석 선물세트에서는 더 판을 키워 프리미엄 제품들의 비대면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총 16개 카테고리에서 500여종의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지난 설에 이동형 주택을 3채 판매한 데 이어 이번에는 라인업을 더 강화해 복층주택 4종과 단층 주택 1종을 1350만원에서 1900만원에 판매한다. BGF리테일은 또 9억원이 넘는 요트를 CU에서 판매키로 했다. CU가 이번에 판매하는 요트는 현대요트의 바바리아(BAVARIA) 시리즈 총 6종으로 최저 2억4900만원부터 최고 9억600만원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BGF리테일은 또 장기렌트카도 8종 선보였다. 차량 가액의 30%를 선수금으로 납부하고 월 렌트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연간 주행거리 2만km 이하, 48개월 계약 조건이다. 벤츠 C220D는 선수금 약 1780만원에 월 렌트료는 약 78만원이며 테슬라 모델3는 선수금 약 1800만원에 월 렌트료 약 52만원이다. CU를 통해 장기렌터카 계약 시 블랙박스 및 차량 유리 선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다이아몬드, 명품와인 세트 등을 선보인다. 추석 선물 상품 수를 작년 보다 19% 늘린 50여개 카테고리에 710여종의 상품을 준비했다. 이 중 600여종 상품은 무료배송을 실시해 비대면 쇼핑 편의성을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은 총 570여종 의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였으며 명절 베스트 선물세트 82종은 제휴카드 결제시 20% 현장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선물세트 중 고가 상품은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맥켈란 시리즈 5종을 단독 판매한다. 이번 맥켈란 시리즈 중 가장 비싼 제품은 맥캘란 M디켄터로 900만원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명품 소비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

플렉스 열풍의 중심에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가 있다. 수년 전부터 2030세대가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산관리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뱅크샐러드의 최근 백화점 전체 이용자 분석을 보면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뱅크샐러드 이용자의 백화점 결제 내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3월 기준) 2030세대의 결제 건당 평균지출 금액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결제 건당 평균 지출금액을 2019년 대비 증감률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20대 40.04% △30대 39.60% △40대 29.01% △50대 이상 15.92% 순이다.
 
지난해 명품소비에 해당한 총 지출 금액은 전 연령대에 걸쳐 증가세를 보였는데, 그중 20대가 전년 대비 103.27%로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명품 소비의 전체 이용자당 결제 건수에서도 20대가 65.84% 증가해 가장 높게 상승했다. 
 
30대는 명품소비 관련 결제 건당 평균지출 금액에서 90만3171원을 기록해, 한 번 결제 시 가장 많은 금액을 명품 구매에 지출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 같은 MZ세대의 플렉스 문화와 비대면 구매의 확산세가 맞물리며 온라인과 모바일 커머스에서의 명품 시장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은 1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이 중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대비 10.9%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명품은 직접 보고 사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한 품목이었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과 플렉스 문화의 홍수 속에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기존 SNS를 비롯해 명품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앱들이 생겨나는 등 온라인 명품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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