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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조은희 서초구청장 "엄마 행정의 결실, 구민 여러분 덕입니다"
[파워인터뷰] 조은희 서초구청장 "엄마 행정의 결실, 구민 여러분 덕입니다"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6.03.3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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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골자로 한 ‘나비플랜’ 추진…서초를 서울 신산업 중심으로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이상혁 기자

조은희 서초구청장(55)의 ‘엄마 행정’이 주목 받고 있다. 평소에는 한없이 다정다감하다가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훈육을 아끼지 않는 엄마. 이처럼 따뜻하면서도 원칙과 강단이 있는 엄마의 마음을 구정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조 구청장의 평소 지론이다.

“엄마가 애 젖을 뗄 때는 안쓰럽지만 냉정해야 하고요, 아이가 아플 때는 밤새 간호합니다. 특히 가족과 자식에게 위기가 엄습해오면 이를 온몸으로 사투를 벌이는 것이 누구인가요? 바로 엄마입니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최근 서울 서초구청장 집무실에서 조 구청장의 구정 철학과 현안,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조은희 서초구청장 집무실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을 반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주민과의 소통공간인 ‘열린 상상카페’를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조 구청장이 최근 비즈니스리포트와 만나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을 진솔하게 밝혔다.

 

-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십니다.

“저는 다양한 직업을 거쳐 이 자리에 왔어요. 기자, 청와대 비서관, NGO대표, 교수, 서울시 1급 공무원(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 그리고 현재의 서초구청장 등이 제가 지나온 길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 졸업연설에서 ‘살면서 지나온 점들이 나중에는 모두 연결되어 의미 있는 그림이 된다’는 말을 했어요. 저도 돌아보면 과거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오늘의 구청장님을 있게 한 대표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첫 번째 장면은 ‘연탄 광에서 책 읽는 소녀’ 입니다. 집 마당 한쪽에 연탄을 보관하는 광이 있었는데, 저는 틈날 때마다 책을 들고 거기 숨어들어가 독서에 빠졌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가라고 하면 저는 가는 체하고 몰래 광에 숨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피아노보다 책 읽는 것이 더 좋았어요. 그때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있는데, 거기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에게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와요. 책을 읽었던 연탄 광은 제게 알을 품은 새 둥지와도 같았어요. 작고 아늑한 그곳에서 저는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는 꿈을 꿨지요.”

# 열혈 특종기자, 정치인이 되다

- 굉장히 의미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내셨군요. 첫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하셨나요.

“저는 사회생활 출발이 꽤 늦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교수나 학자가 되기 위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국문학 석사를 받았어요. 지금이야 20대 중반이면 한창 나이지만, 그때 만해도 결혼적령기였기 때문에 저 역시 부모님의 뜻을 따라 대학원 다닐 때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난 뒤에야 저는 신문사 문을 두드렸어요. 남편은 저를 보고 ‘당신은 공부보다 활동적인 일이 더 어울린다’며 기자가 되기를 권했고, 남편의 권유대로 학자에서 기자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까지 졸업해서 나이도 많지, 그러다보니 나이제한에 걸리지, 게다가 아이까지 있는 기혼여성이지, 그러니 중앙지에는 아예 응시 기회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뜻이 있는 길에 길이 있다’고, 제가 지원한 신문사는 고맙게도 기혼여성도 응시가 가능했고, 나이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방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 신문기자로서 특종을 좇아 물불 안 가리고 뛰신 걸로 유명하시더군요.

“남들보다 출발이 뒤늦은 만큼 저는 특종에 승부수를 걸었습니다. 햇병아리 기자 때부터 특종을 찾아 참 억척같이 뛰었지요. 이때 기억에 남는 일이 1990년 대구 4·3보권선거 당시 ‘정호용씨 부인 자살소동’과 정씨의 후보사퇴 사건입니다. 정씨가 언론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했는데, 저는 앞뒤 안 재고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까지 뒤쫓아 갔어요. 그리고 정씨가 있는 집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밤새 문이 열리길 기다렸어요. 그것이 제 인생의 한 장면인 ‘산호세의 별을 헤는 밤’입니다. 그날 밤하늘의 별들이 어찌 그리 많고, 어찌 그리 초롱초롱하던지. 하늘에 그렇게 별이 많은 줄은 그날 처음 알았어요. 지나가던 흑인들이 힐끔거려도 특종 욕심에 무섭지도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정씨는 이미 딴 데로 도피했더라고요. 밤새 헛수고한 거지요. 특종의 꿈이 물거품이 됐지요.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그런데 아세요? 그날 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는 것을. 그런 독한 승부근성 덕에 저는 훗날 큰 특종을 여러 건 터뜨릴 수 있었어요. 정치권에서는 ‘대단한 여기자가 떴다’며 저를 주목했고요.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1998년에 청와대 비서관이 됐고, 또 열심히 하다 보니 2010년에는 서울시 최초의 여성 부시장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습니다.”

 

# ‘나비플랜’ 본격 가동…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 서초구가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구민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서울을 빨리 빠져나갈까, 서울에 다 와서 막히네’라는 답답함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 답답함이 경부고속도로의 변화를 모색하게 된 출발점입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6년이 흘렀습니다. 개통 당시 한해 369만대였던 교통량은 100배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교통량에 대응해 지속적인 평면확장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분진·소음·매연·진동 등의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100m폭으로 주변 도로보다 6~8m 높게 조성돼 동·서간 지역생활권과 강남지역의 경쟁력까지 단절시키는 문제점도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재IC에서 한남IC까지의 서울시 관할구간 6.4㎞를 대상으로 지하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된 것입니다.”

- ‘나비플랜’의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설명해주세요.

“서초구의 종합관리계획인 ‘나비플랜’을 본격 가동해 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나비플랜’은 서초구 지도 모양이 나비형태임에 착안한 것인데요. ‘나비플랜’의 핵심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입니다. 지하공간을 3개층의 복층구조로 만들어 지하 1층은 쇼핑센터, 지하 2층은 강남권을 오가는 차량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 3층은 지방에서 서울까지 논스톱으로 올 수 있게 하고, 또 대심도 저류조를 함께 건설하면 강남역 침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의도 공원의 3배인 20만평이라는 지상부지를 복합문화예술 공원으로 조성해 랜드마크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터미널시설을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고 현 부지는 문화복합개발을 추진해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양재IC주변 지역은 R&D기능 중심의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서울의 신산업 중심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 ‘엄마 행정’ 통해 서초의 묵은 현안 척척 해결

- ‘엄마 행정’을 펼치고 계신 걸로 유명하십니다.

“저는 여성구청장이라는 타이틀을 얘기할 때 3선 연임에 성공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언급하는데요, 메르켈 총리의 ‘무티(mutti, 독일어로 ’엄마‘) 행정’이 저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의 마음으로 서초의 구석구석을 따뜻하고 꼼꼼하게 살피겠다는 뜻인데요, 엄마는 집안의 대소사를 다 챙기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맹모삼천지교처럼 자식의 교육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는 분입니다. 효도를 몸소 실천해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엄마는 알뜰합니다. 그리고 억척스럽습니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집안의 온갖 일을 도맡아 해결합니다.”

조 구청장은 저돌적인 승부사이자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전략가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등한시됐던 성뒤마을 공영개발, 정보사터널 착공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구민을 위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 27년간 서울시 셋방살이를 해온 구청 부지 소유권을 성공적으로 이전한 것도 소통의 힘이었다는 평가다.

- 구정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나요.

“서초구는 부자구라는 인식과는 달리 살림살이가 빠듯합니다. 구에서 걷힌 예산만 놓고 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3위의 자립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재산세 공동과세 시행으로 인해 매년 600억원을 서울시에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특별교부금도 다른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보다 적게 받고 있습니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조정을 받고 나면 재정순위가 뒤집힙니다. 꼴찌를 했던 노원구는 25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데 반해 3위였던 서초구는 22위로 내려갑니다. 그런데다 복지예산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구민들을 위한 사업 예산은 점점 여력이 없습니다. 꼼꼼하게 구정 살림을 꾸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입니다.”

- 빠듯한 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는 지난해 예산을 짜기 위해 ‘알뜰살림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예산수립단계에서부터 기존 공무원 시각을 탈피한 전문가들을 모셔오고, 각 동의 주민들도 추진단에 합류시켜 예산안을 원점에서 들여다봤습니다. 그 덕에 기존 예산안에서 1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대개 예산편성은 전년도에 편성된 것을 기초로 관행적으로 보수예산을 짭니다. 그러나 저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민참여감독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주민생활과 관련된 공사에 주민이 직접 감독하는 제도입니다. 불필요한 공사도 막고 부실시공도 잡아내 예산을 아끼자는 의도이지요.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이런 노력 덕택에 서초구의 ‘알뜰살림 행정’은 행정자치부 전국 지자체 재정평가에서 1등을 해 3억의 상금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행자부장관상 등 총 52개 상을 수상했다. “우리 구민들이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서초라고 하면 부자동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는 말이 있어요. 서초에도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올해 복지 정책의 첫째 주안점은 중복복지를 없애는 겁니다. 예를 들면 겨울에 김장봉사가 많잖아요. 그런데 김장김치를 7번 받는 가정이 있는 반면, 한 포기도 못 받는 가정도 있거든요.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복지 혜택이 골고루 갈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복지대상자가 아니지만 대상자들보다 더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찾아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들, 전기·가스·수도 검침원, LPG판매원들의 도움을 받아 복지사각지대의 위기가정을 돌보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셋째는 장애인 예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작년에 예산을 30%, 올해는 35%를 늘렸습니다. 서초에서는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도록’ 잘 보살피겠습니다.”

- 올해 소망이나 포부가 있다면.

“티핑포인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100℃에서 갑자기 끓어오르듯이 어떤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 서초구는 이미 99℃의 상태입니다. 마지막 1℃만 올리면, 우리 서초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 1℃는 다름 아닌 서초구민들의 성원과 응원입니다. 그 1℃만 채워주신다면, 2016년 한 해, 손오공처럼 민첩하고 지혜롭게 뛰겠습니다.”

 

구청장 집무실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을 반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주민과의 소통공간인 ‘열린 상상카페’를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집무실이 클 필요 있나요. 이 정도면 충분하죠.” 엄마의 소탈함과 자상함에 푹 빠진 사이, 예정된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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