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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글로벌 경제] 中 헝다그룹 파산 위기…시사점과 향후 전망
[Special Report] [글로벌 경제] 中 헝다그룹 파산 위기…시사점과 향후 전망
  • 이상혁 기자
  • 승인 2021.10.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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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달러채 이자 또 못내…중국 부동산업체 줄도산 위기 확산
문어발식 확장과 차입 경영에 경종…'대마불사' 공식 깨지나 
헝다 리스크에 아시아 및 국내 증시도 휘청…외국인 이탈 가속화

문어발식 확장과 차입 경영을 바탕으로 한 중국식 기업 성장모델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공식이 무너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헝다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2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356조원의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은 채권 이자를 또 못 갚았다. 헝다그룹은 전날 내야 할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날 갚을 달러채권 이자는 1억4800만달러(약 1775억원)에 달했다. 헝다는 지난달 23일 달러채 이자 8350만달러(약 1001억원), 같은 달 29일에도 이자 4750만달러(약 569억원)를 지급해야 했지만 각각 지불을 유예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헝다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채는 105조원으로, 이 중 44조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하지만 헝다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6조원에 그쳐 36%에 불과하다. 내년부터는 채권 만기가 줄줄이 시작돼 원금까지 같이 갚아야 하는데 규모가 2022년 77억달러(약 9조2361억원), 2023년 108억달러(약 12조9546억원)로 급속히 불어난다.

헝다의 몰락은 중국의 부동산 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컨설팅회사 차이나베이지북의 릴랜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오래된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플레이북’이 더는 작동하지 않으며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 중국 정부, 헝다 '살릴까? 버릴까?' 

결국, 대륙을 호령하던 중국 2위의 부동산 대기업 헝다는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암울한 처지가 됐다.

중국 내외 소식통의 관측을 종합해보면 금융당국이 헝다그룹 전체를 살릴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든 차입경영 및 문어발 확장을 하는 기업들을 향한 본보기로 헝다그룹을 처리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분양한 아파트에 선수금을 내고 입주를 기다리는 수십만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부채는 금융기관의 출자로 전환해 주택부문은 살릴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토비아스 애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부 디렉터는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 상황을 해결할 제도적, 법적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 가지 잘못될 수 있는 경우는 의사 소통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애드리안 IMF 디렉터는 “현 시점에서 전염은 제한적”이라고도 강조했다. IMF는 이날 세계금융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염은 제한적이라며 재무적으로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다른 기업들만 제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IMF 보고서는 “상황이 심각해져 더 광범위한 금융 압박이 생기면 극단적인 경우 중국 경제와 금융섹터는 물론 글로벌 자본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과 부동산개발공사들을 동원해 헝다그룹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애드리안 IMF 디렉터는 “당국이 분명한 계획만 있으면 상황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줄도산’ 공포 확산

헝다의 위기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화양녠(판타시아홀딩스)은 지난 4일 5년 만기 채권 2억570만 달러(약 2467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당대부동산(모던랜드)은 25일 만기가 도래하는 2억5000만달러(약 2998억원) 규모의 채권 중 일부의 상환 기일을 3개월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한다. 로이터는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두려움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 속에 달러채 매도세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당대부동산의 2024년 3월 만기 달러채 채권 가격은 지난달 말 72센트에서 이달 8일 25센트까지 폭락했다. 이날 회사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2% 이상 하락했으며 올 들어서만 45% 넘게 떨어졌다.

중국 신위안부동산도 오는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2억2900만달러의 투기등급 달러채를 2023년 만기의 새 채권으로 바꾸기 위해 투자자와 협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신위안 부동산의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C’로 강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30곳 중 14곳이 중국 정부 가이드라인에 미달해 파산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8월 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자산 대비 부채 비율 70% 미만 △시가총액 대비 부채 비율 100% 미만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 현금은 1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한 기업에는 헝다 외에 한때 중국 부동산업계 매출 1위였던 뤼디그룹, 중국 최대 부동산 관리서비스업체인 비구이위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광저우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광저우푸리는 3가지 기준에 전부 미달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광저우푸리는 1년 안에 520억위안(약 9조65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현재 보유한 현금 자산은 290억위안(약 5조3800억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 헝다 리스크에 국내외 증시 ‘휘청’

헝다 리스크를 비롯한 다발성 악재로 아시아 및 국내 증시는 강한 조정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주식은 4일 홍콩 증시에서 거래 정지됐다. 홍콩증권거래소는 헝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헝다가 계열사 매각에 나섰으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최근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현재(10월 8일 기준)까지 2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그 여파로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54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방어하며 증시 하단을 떠받쳐 온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844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1조9758억원·코스닥시장 187억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5.66%, 7.90%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주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8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 98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7409억원) 매도세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해당 기간 7.98% 급락했다. 시총은 37조127억원 증발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우(3033억원, -7.92%), 삼성SDI(1050억원, -6.67%) 등도 대거 매도했다. 이 기간 2개사 시총은 각각 4조6905억원, 3조3695억원 줄었다. 그 여파로 삼성그룹주 전체 시총은 53조7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중국 헝다그룹 사태에 더해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 등 겹겹이 쌓인 대외 악재와 위험 기피 현상이 외국인 이탈을 촉발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관련없음

 

헝다그룹 CI
헝다(Evergrande)그룹 CI

# 헝다그룹은 어떤 기업?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건설사 헝다부동산을 주축으로 하는 대기업이다. 영어로는 에버그란데(Evergrande), ‘항상’(恒) ‘크다’(大)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 건설사 중 자산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 중 122위를 기록했다. 완커, 컨트리가과 함께 중국 3대 부동산 건설사로 꼽혔지만, 2020년 8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규제로 자금난에 빠져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헝다그룹의 모기업인 헝다부동산은 중국 280여개 도시에서 1300개 넘는 건설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다.

헝다자동차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기자동차 회사로 2021년 초 기준 판매한 자동차가 전무한 데도 중국 시가총액 2위의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이밖에 부동산 관리 회사 ‘헝다물업’을 비롯해 ‘헝다어린이월드’(테마파크), ‘헝다헬스케어’(양로시설), ‘헝텅네트워크’(OTT서비스) ‘헝다하이테크’(차세대산업), ‘팡처바오’(사물인터넷), ‘헝다빙천’(음료, 식품), ‘헝다생명’(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헝다 창업자인 쉬자인은 2017년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회장을 누르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자국 내 아파트가 포화 상태에 이르는 등 부동산 산업이 끝물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헝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위해 천문학적 빚을 낸 것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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