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년 동안 국내 화장품산업 현장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업계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온 인물이 있다. 지난 1974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하면서 장업계에 입문해 2015년 2월까지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화장품 장인 안정림 전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 업계에서 40여년 동안 쉴틈 없이 일해왔다면, 이제는 편히 노후를 즐길만도 한데 그는 지난 3월부터 대학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즈니스리포트]는 기업 26년, 협회 14년 근무를 거쳐 이제는 화장품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인생 3막을 시작한 안정림 대전보건대학교 화장품과학과 석좌교수를 만났다.
-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발전하려면, 인적 자원이 많아야 하는데 화장품 인재가 별로 없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스스로 인재를 육성해서 키우는데,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당장에 투입해야 할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 목표와 내용이 궁금한데...
"회사(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화장품 품질과 브랜드력을 글로벌화에 맞출 수 있는 인재를 빠르게 키워낼 계획입니다.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자가 5천여개가 넘는데, 실제 화장품산업과 관련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있는 곳은 4~5%도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화장품 산업 전반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할 계획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품질관리만 하려고 하는데,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재와 창업에 도전하는 인재도 필요합니다. 또한 전문지식을 갖춘 화장품 공무원, 화장품 기자도 있어야 합니다.
제약업계는 약대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까지 자기 돈 들여서 공부한 인재들이 많아서 득입니다. 하지만 화장품업계는 초짜를 처음부터 다 교육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교육이 잘 되면, 그만큼 기업에서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주요 교육내용은 화장품 시장의 흐름, 국제화, 법규 및 제도(중국, 한국, EU법규 등), 화장품의 중요성 인식과 인성문제 입니다."
-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강의하다 보니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교재가 없습니다.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정리가 되기도 하는데 내년에는 올해 교육 내용 등을 토대로 교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생들이 졸업후 이 교재를 업그레이드 시켜서 화장품 회사에 가져가면 사내 회사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또 어려운 문제는 은 여학생들이 많다보니까 중소기업에서 근무할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현재 3학년이 60명인데 남학생은 4~5명 정도입니다. 대기업에서는 직원 부재시에 대신할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여직원이 결혼, 임신 등으로 부재하면 대신할 사람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직원일지라도 이사람 없으면 안된다' 할 정도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하드트레이닝 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의 취업전략을 꼽는다면.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것은 크게 걱정을 안합니다. 기업에서 인재를 달라고 부탁하고, 모셔가는 상황이 되도록 할 겁니다. 현재 업계의 대표들을 만나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조사하고 있는데, 내년도에 채용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사전 조사해서 맞춤형 인재를 키울 계획입니다. 또한 졸업할 때 화장품제조판매관리사자격취득이 돼야 취업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관계 당국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 임기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교와 기업이 가까워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인재들의 길을 터 주고 싶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대한화장품협회를 거쳐 이제는 대학교까지 왔습니다. 저로서는 인생 3모작입니다. 앞으로 2년 동안 화장품업계에서 얻은 경험 등 모든 것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열정적인 인생 3모작을 하고 있는 안 교수는 화장품 업계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