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4-19 (금)
[Special Report] [메타버스] 여기도 ‘메타’ 저기도 ‘메타’ … 가상현실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Special Report] [메타버스] 여기도 ‘메타’ 저기도 ‘메타’ … 가상현실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 이상혁 기자
  • 승인 2021.11.11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메타'로 사명 변경...한국 기업·지자체도 메타버스 '열풍'
현대판 봉이 김선달(?)..."지나친 낙관론·투자 경계해야" 회의론 대두

2021년 최대 유행어로 ‘메타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IT를 넘어 정치·사회·산업 등 각 분야 곳곳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만남과 접촉이 화두가 되면서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더한 합성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가상 세계에서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펴낸 장편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서사 전개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메타 CI. [출처=메타]
메타 CI. [출처=메타]

 

# 글로벌 SNS 페이스북, ‘메타’ 붐에 앞장서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붐에 불을 지폈다. 메타버스를 차세대 주요 소셜 플랫폼으로 보고, 이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스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새 회사명 메타와 로고를 공개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는 우리가 처음 소셜 네트워킹을 시작했던 것처럼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왔다”며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메타버스 회사로 여겨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여러 개의 다른 디지털 공간을 오가며 친구, 가족과 얘기하는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를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또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비디오게임, 피트니스, 업무 등을 들었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번 사명 변경은 차세대 디지털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니이키도 메타버스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메타버스 시장 합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글로벌 콘퍼런스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Microsoft Ignite 2021)’를 통해 화상회의 솔루션 팀즈에 3차원 아바타 기능을 결합한 ‘메시(Mesh)’ 서비스를 공개했다. 메시는 어떤 기기에서나 개인화된 아바타로 가상환경에서 현실감 있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나이키 역시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들이 신고 입을 수 있는 신발과 의류에 대한 상표권 확보에 나서면서 메타버스 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변경한 마크 저커버그. [출처=마크 저커버그 트위터]

 

# 2억4천명 유저 보유한 글로벌 놀이터 ‘제페토’

메타버스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못지않게 국내서도 메타버스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현재 국내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로는 네이버의 제페토가 단연 돋보인다.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누적 가입자 2억4000명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10대 이용자들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AR 콘텐츠와 게임, SNS 기능을 모두 담고 있어 특히 10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는 이용자와 꼭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만든 뒤 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표정과 몸짓, 패션스타일 등 캐릭터의 모든 요소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또 SNS 기능도 접목돼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음성·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Z세대는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아이돌 화장법과 명품 신발을 아바타에 적용한다. 블랙핑크나 잇지 등 KPOP 그룹과 콜라보해 아이돌이 입은 무대의상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패션 콜라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SM·YG·JYP·빅히트 등이 제페토를 통해 K-pop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에서 10대가 지불하기 힘든 비싼 옷이라도 제페토에서는 열심히 활동해 번 화폐로 살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한 제페토는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이하 루부탱)과 구찌, MLB와 콜라보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제페토는 2000년대 초중반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몰이를 했던 SNS ‘싸이월드’를 떠올리게 한다. 싸이월드가 2차원적이고 실제 본인의 모습과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면, 제페토는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의 모습을 초월하는 존재로서의 아바타를 창조해낸다.

그런가 하면, 메타버스는 실생활의 연장선상으로 대체 활용되기도 한다. 올해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경기 성남시 본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대신 자회사의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연수와 업무를 시작하면서 화제가 됐다.

 

[출처=네이버제트 제공]

 

# 한국 기업·정부, 메타버스 열풍에 탑승 

네이버 외에도 국내 다수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넥슨은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 MOD’를 공개했고, 넷마블은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SKT는 ‘이프랜드’를 개발해 서비스 중이며,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IMC게임즈는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자동차·건설·유통 등 산업계 전반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을 갖췄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메타버스에 대해 무한긍정의 시그널을 드러내며 메타버스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메타버스 관련 예산으로 각각 ​1447억원, 115억원을 받았다. 과기부와 문체부 두 부처가 2022년에 받을 메타버스 예산은 1602억원으로 올해 1284억원보다 24.8%가 증가했다.

서울시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메타버스를 시정에 도입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 2026년까지 메타버스 정책 중장기 방향과 전략을 담은 ‘메타버스 서울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총 39억원을 투입해 고성능 자체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가칭)을 내년 말까지 구축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 내년부터 3단계에 걸쳐 경제·문화·관광·교육·민원 등 시정 전 분야 행정서비스에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현한다.

 

연초 가상 보신각 타종 이벤트를 시작으로 가상시장실, 서울핀테크랩, 인베스트서울, 서울캠퍼스타운 등 각종 기업 지원시설과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2023년에는 가상의 종합민원실 ‘메타버스120센터’(가칭)도 만든다. 시청 민원실을 찾지 않아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공무원과 만나 민원·상담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시공간 제약 없이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상 스마트오피스인 메타버스 기반 스마트워크를 조성한다. 인구, 경제, 환경 등 서울시가 보유한 행정 빅데이터를 민간 데이터와 융합해 AI 기반으로 검색분석한 결과를 메타버스에서 입체적으로 제공하는 주제별 빅데이터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비단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산하 자치구들은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들이 저마다 ‘최초’를 언급하며 회의, 시상식, 박람회 등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시의 ‘메타버스 서울 추진 기본계획’. [출처=서울시 제공]

 

# “오버하지 말자”…메타버스 거품·회의론 대두

이처럼 정부와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 삼매경에 빠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메타버스의 개념이 불분명하다거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행이라거나, 논의가 부족한 채로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는 지적 등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예찬론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둠’과 ‘퀘이크’를 탄생시킨 저명한 게임 개발자인 존 카맥은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 직후 메타버스의 실효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나는 메타버스가 존재하기를 원하지만, 메타버스에 곧바로 착수하는 것이 메타버스를 실제로 만들어 내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아키텍처 우주비행사(Architecture Astronauts)를 위한 꿀단지 함정”이라고 비판했다. 아키텍처 우주비행사란 존 카맥이 만든 말로 최종 단계의 기술에 대해서만 논하려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에 대한 비하적 표현이다.

영미권의 유력 게임 전문지 PC게이머는​ “메타버스는 헛​소리”(The metaverse is bullshit)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며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글쓴이 웨스 펜론(Wes Fenlon, PC게이머 취재기자)은 메타버스를 두고 “뼛속까지 헛소리”라고 정의하며 “억만장자 너드들의 인터넷 열화판(worse version)처럼 들린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그림 파일을 사기 위해 가짜 돈으로 6900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메타버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것은 우리가 미쳐가고 있는지 계속 자문하게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해외 유명인사들의 지적에 이어 국내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거품론’과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실체와 성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대세를 이룬다.

메타버스를 향한 찬양론과 회의론 중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현 시점에서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아키텍처 우주비행사’ 또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양산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무분별한 투자를 계획하기 이전에 구체화된 개념 정립과 목표 설정, 실적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