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40]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진 영어 과제
[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40]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진 영어 과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11.18 07: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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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옥스포드 대학교(The University of Oxford)출판부에서 출간하는 옥스포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은 약 60 만 개의 단어를 다루고 있으며 영어의 흐름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3 개월마다 어휘를 새롭게 업데이트 하며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 흐름에 까지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사전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26 개의 한국어가 사전에 새롭게 등재되면서 한국문화 열풍을 다시 한번 실감케했다. 김밥(kimbap), 불고기(bulgogi), 치맥(chimaek), 삼겹살(samgyeopsal), 잡채(japchae)와 같은 K-Food 에서부터 먹방(mukbang), 대박(daebak), 파이팅(fighting)과 같은 우리식 표현들 뿐만 아니라 트로트(trot), 피시 방(PC bang)과 같은 한국문화를 알게 하는 단어들까지 등재되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무엇보다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언니(unni), 오빠(oppa), 누나(noona)’와 같은 호칭(address terms)이 큰 관심을 끌었으며 오랫동안 ‘한류’를 ‘Korean Wave’ 로 번역했다가 아예 Hallyu 라는 단어를 인정해 준 점은 지난 10 년간 출렁이는 한국문화의 물결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느낌이다. K- 라는 단어는 아예 접두어로 자리 잡아 더 이상 Korean Drama, Korean Food 와 같이 길게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뜻이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것이기에 K-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사진= 한국맥도날드 제공]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이 함께해 많은 이들을 설렘으로 가득 차게 한 ‘The BTS 세트’ 런칭의 한 장면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이 함께해 많은 이들을 설렘으로 가득 차게 한 ‘The BTS 세트’ 런칭의 한 장면 [사진=한국맥도날도 제공]

 

강남 스타일,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올해는 오징어 게임까지 지난 10 년간 대중 문화에 있어서 한류라는 단어가 사전에 실릴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 한 장본인들이다.

올해 오징어 게임의 대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압도적인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연출력, 탁월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비쥬얼 등이 손꼽힌다. 이에 더불어 주로 헐리우드식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해져 온 대중들이 다소 식상함을 느낌과 동시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났고, 게다가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히게 한 점들도 꼽을 수 있다.

9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오징어 게임’의 대 성공은 자막을 읽어야 한다는 염려를 ‘기생충’에 이어 확실하게 씻어 주었다. 이런 점은 우리가 영어 자막에 더욱 심려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징어게임 포스터
오징어게임 포스터

 

대체로 오징어 게임의 번역은 스토리 라인 전달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한국 문화와 정서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아직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확한 이미지 전달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배역은 단연 한미녀(배우 김주령)역이다. 이름의 진정한 의미 전달부터 불가능했고 그녀가 사용한 ‘오빠’는 ‘babe’ 또는 ‘old man’으로 오역 되었으며 동시에 다소 심한 욕이나 저급스러운 표현들은 모두 부모 보호 하에 관람하는 용어인 PG terms(Parental Guidance terms)으로 정화되면서 캐릭터의 이미지 전달이 가장 미흡했다.

 

여기서부터 오징어 게임의 스포가 있으니 주의!

 

한국에서 남녀가 만남을 시작하면 ‘~씨, 오빠, 자기’ 와 같은 호칭이 변하는 것은 관계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6 화 ‘깐부’ 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렀던 알리(Ali)가 상우를 “형, 형, 상우 형” 이라고 부르며 찾아 다닌 장면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유도 호칭 때문이었으나 자막은 이 점을 살릴 수가 없었다.

 

또한 기훈은 오일남을 ‘영감님’이라고 경칭을 쓴 반면 다른 참가자는 ‘노친네’라고 비하 했다. 이와 같이 한국어 표현은 한 순간에 높임과 낮춤이 어감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 준다. 영어 역시 나이만 많다는 의미는 ‘old man’에 가깝고, 어르신과 같은 경칭은 ‘elderly’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주제 전달이 연역적이며 어순을 엄격하게 지키는 영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어는 귀납적이며 어순을 바꾸는 장치가 드라마에서 주로 많이 쓰인다. 또한 몇 마디 안되는 간결한 표현이 더욱 풍부한 감동을 전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아프다… 마음이” 와 “마음이 아프다”의 느낌이 다르듯, “재미있었거든… 자네랑 같이 노는게” 와 “자네랑 같이 노는게 재미있었거든”의 오일남의 대사는 어순 차이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다소 다르다. 이 역시 “By joining and playing with you, Thanks to you I got to remember all these things that I had forgotten long ago.” 와 같이 짧은 대사가 서술식으로 나열됨과 동시에 어순에서 느껴지는 우리식 감동이 표현 되지 못했다. 

 

“깜부끼리는 니꺼 내꺼가 없는 거야.”와 같이 짧고 라임(rhythm)이 딱 떨어지는 부정문의 문장을 “Gganbu always share everything with each other no matter what.”과 같이 긍정문으로 서술하듯 번역되었고, 9 화에서 목에 칼이 꽂힌 상우가 기훈에게 “형,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우리 엄마” 라고 말하는 목 메인 대사를 “My mother, go help her. You have to help her.”과 같이 상우가 하지도 않는 말이 적나라하게 자막으로 보여지면서 한국어에서 볼 수 있는 무언의 미학을 보여 주지 못한 점 또한 많이 아쉬웠다.

 

이외에도 “낙동강 오리 알” (nobody will be left for you),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You’re a nosy-ass idiot who’s too slow to keep it shut.), “똥인지 된장인 꼭 쳐 먹어봐야만 아는 인간” (Someone who always has to get into trouble but somehow can’t tell he’s in it.)등 이 모든 대사의 번역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사진= 픽사베이 제공]

 

끝으로 드라마의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오일남의 대사인 “자네가 잊은 것 같군. 난 아무에게도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 는 “you forgot how ...no one had to play.” 와 같이 번역되면서 주체자인 “내가” 강요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 전달이 완전히 배제된 점 또한 안타까웠다. “Nobody forced you to play.”라고만 했어도 더 나았을 듯 싶다.

 

한국만의 정서인 정(情)과 한(恨)을 즐기고 감상하기에는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외국인들이 문화적 이해 없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우리가 감상하듯 100% 공감하기란 불가능 하다.

 

‘언니, 오빠, 누나’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어 된 점은 앞으로 오징어 게임이 같은 한국적 표현이 많은 드라마가 풀어가야 할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한류의 열풍을 이어 가기 위해서 오징어 게임이 준 영어 과제는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조수진 국제부장]
[조수진 국제부장]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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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찬 2021-11-18 15:47:04
오징어 게임 강의 기대 됩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