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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53]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The Glory)’ 아쉬운 Story 번역”
[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53]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The Glory)’ 아쉬운 Story 번역”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1.09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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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2022년 12월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K-drama '더 글로리(The Glory)'가 연일 화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년) 이후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의 재회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드라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동은(송혜교 분)’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씬 스틸러이기에 “한 편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이 8편의 에피소드를 마치 한편의 긴 장편 영화를 보듯 순식간에 몰아 보게 된다.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성년 모습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유년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이입된 모습을 보여 주며 어조, 표정, 섬세한 감정 표현력, 이미지 연출에 맞게 계획된 패션까지 모든 장면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사건의 일부만 보여 주었다가 다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자세한 장면으로 이야기의 궁금증을 풀어 주는 스토리 전개 방식이 ‘정주행’ 하게 했다면 깨알 같은 대사, 계획된 설정, 촘촘한 구성을 관찰하며 다시 한 번 영어 자막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김은숙 작가의 특징은 맛깔스러운 말장난, 호칭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감정 변화, 나만 몰랐을까 할 정도의 신조어까지 눈과 귀를 한시도 쉴 수 없게 만든다. 대부분의 번역이 훌륭했지만 한국 정서를 담은 주옥같은 대사들 번역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① 호칭

“이모님”, “사모님”, “삼촌”, “선배”, “후배”, “형”, “본인”과 같은 호칭은 사모님인 Ma'am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역 이름이 사용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름을 부르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의 차이도 영어가 전달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연진아, 박연진”과 같이 성을 넣고 빼고 부르는 게 느낌이 다르다.

“선배”, “동은 후배”, “본인이” 등과 같은 호칭들은 다소 예의를 갖추거나 거리를 두고자 할 때 사용한다. 이 모든 호칭들이 단순히 이름으로 번역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을 보면 영어 단어의 한계에 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손명호(김건우 분)’의 카톡에서 친구들의 이름은 아사라(김히어라 분)를 ‘이사약’, 최혜정(차주영 분)을 ‘최혜젖’으로 설정한 부분들까지 우리말의 말장난 또한 영어번역이 불가능 하다.

오랜만에 공원에서 만나 대화 도중 “불리하니까 반말이야(who are you to tell me i’m wrong)?라고 말한 류여정(이도현 분)의 대사 또한 영어가 대사를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더 글로리' 배우 송혜교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배우 송혜교 [사진=넷플릭스 제공]

 

 

② 학번

"06학번이요?(you were a freshman in 2006?)", "빠른 89이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어요.(I was born in early 1989, so I started school early.)"와 같은 내용은 한국의 학기제가 3월이라 일찍 입학하는 제도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이로 손위를 가리는 문화이기에 아마 외국인들은 이런 대화를 왜 하는지 문화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③ 말장난

기차에서 주여정(이도현 분)과 문동은(송혜교 분) 우연히 만나는 장면의 대사 중 “꿈인가?” “꾸미라고?” “꾸민 거야.” 라는 말장난이 있었다. 이는 “꿈인가?(My goodness)” “꾸미라고?(is it that bad?)”, “꾸민 거야.(it is my best outfit.)”와 같이 번역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 번도 안 와 본 분은 있어도 한번만 오신 분은 없다.(when people get a taste of this place, they keep coming back.)”는 골프장을 자랑하는 전재준(박성훈 분)의 대사였다. 이 또한 단순히 의미를 의역하면서 한국식 표현의 맛을 살리지 못한 부분이다.

동은에게 한판 더 두자고 제안하는 하도영(정성일 분)을 바라보며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독백 하는 내용 중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그냥 바둑 인거지(if your opponent doesn't reciprocate, just a game of Go)”라는 이 부분은 바둑(Go)의 의미와 명칭을 잘 살린 훌륭한 번역이었다.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사진=차주영 인스타그램]

 

④기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don't have a sense of humor)", "이판사판(you don't give a f** because we're all grown up.)", "풀만 먹는 거 맞아?(are you sure you are on a diet?)" 등은 모두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영어로 전달되지 못한 아쉬운 부분들이였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 가게로 들어오면서 손병호는 “비가 ㅈㄴ 오네(raining cats and dogs)”라고 욕을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착한 문장으로 번역이 되는 실수가 있었다.

또한 다소 신조어 느낌인 우리말의 ‘꼰대’를 일상 대화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고어인 ‘geezer'로 번역된 점 또한 눈에 띄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 고심하며 썼을까 하는 김은숙 작가의 정성스런 한줄 한줄이 작가의 의도대로 번역 되지 못할 때가 늘 안타깝다. 드라마의 깨알 같은 설정, 재미나는 말장난, 주옥같은 대사를 즐길 수 있도록 영어 번역이 더욱 잘 받쳐 준다면 우리가 즐기는 K-drama의 영광(glory)을 외국 시청자들도 똑같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조수진 국제부장]
[조수진 국제부장]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 베스트 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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