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과학자 '가뭄'… 정부서 통합지원 '단비' 내려야 한다
의사 과학자 '가뭄'… 정부서 통합지원 '단비' 내려야 한다
  • 오지혜 기자
  • 승인 2021.09.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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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 "연구→창업→의료현장 적용 선순환 사이클 만들어야"

의사 과학자 부족 사태와 이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적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보건산업브리프에서 ‘의사과학자 현황 및 육성을 위한 제언 -3대 죽음의 계곡에 다리놓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학 교육이 생명공학 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초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여 기초의학보다 임상 의사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의대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연간 3300명 정도며 이 중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졸업생은 30명 정도로 1% 미만이다.

현재 의과대학원 박사학위 과정 의사(MD) 지원자가 매우 부족하여 대부분 자연과학대학 또는 공과대학 졸업생으로 충원되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원 의과학과 의사 신입생이 2014년~2018년(전기)에 26명(연평균 5명), 연세대는 연간 1~3명이며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은 100명이 넘으나 의사 과학자는 졸업생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석ㆍ박사 졸업 후 임상의로 다시 복귀하는 인력이 80~90%(KAIST 기준) 차지하고 연구중심병원 의사 중 연구전담 의사, 연구참여 임상의사 등 연구 인력은 평균 36% 정도다.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임상의사 과학자도 직업 불안정성 및 연구기회 부족으로 연구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의사 과학자 수 감소 및 연구비 지원 부족 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의사 과학자 양성 시스템을 시작하였으며 1980~90년대부터 현재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을 갖춰 M.D. 90만명 중 의사과학자는 1만4000명으로 1.5%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체 의사 과학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젊은 의사 과학자 숫자가 감소하는 경향이다. 의사는 증가하는 반면 의사 과학자 비율은 96년 2.1%에서 2016년 1.6%로 감소했다.

주요국에서는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연구비 지원까지 연계하여 의사 과학자가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ㆍ훈련프로그램에 집중하여 미국에 비해 의사과학자가 독립된 연구자로 안착할 수 있는 지원방안은 부족하다.

미국, 영국 등은 의사 과학자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안착시켜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고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석ㆍ박사학위 학비 지원과 신진 임상의에 연구 참여 기회 제공 등 인력 양성 사업 위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과학자 R&D 지원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부처에 따라 의사 과학자의 범위, 지원 사업의 참여기준 및 사업 형태 등을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임상 의사과학자를 의사과학자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별로 사용하고 있는 의사 과학자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부처 간 통합ㆍ연계 부족으로 의사 과학자 양성 사업 참여 이후 과제가 종료된 의사 과학자의 경우에 후속 연구 사업이 없어 연구단절이 우려된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과 육성 담당은 과기부, 교육부가 맡고 임상의과학과 임상의학에 대한 지원은 복지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부처별 지원 사업이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사업 간 연계성 부족으로 의사 과학자 양성부터 R&D 지원까지 단절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중장기 관점에서는 의사 과학자 육성부터 연구비 지원까지 연계할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부처별 지원 사업 간 미싱 링크를 빠짐없이 연결하고 의사 과학자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단일 추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부처가 협력하여 의사 과학자 양성부터 연구비 지원까지 연계될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사업으로 통합 지원 논의가 있어야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나 영국(MRC) 등에서는 의과학연구의 큰틀 아래 의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초연구를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개인 자유공모형 중개연구 R&D 사업 의사과학자 연구책임자 참여 비율이 약 50%(2018년 기준) 차지하고 있으나 현재 개별 연구자가 지원할 수 있는 중개연구 사업은 종료된 상황이다. 

의사 과학자의 핵심 연구 분야인 중개(임상)연구 선정 평가 때에도 평가위원의 임상 이해도에 따라 평가에 대한 일관성 및 전문성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사업 선정 평가 시,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는 MD 대 Ph.D 비율 맞추기식의 평가위원 구성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질병 중심 연구에서는 인간 중심 연구와 더불어 기초연구 성과를 임상에 적용ㆍ개발하는 중개 연구의 중요성 뿐아니라 중개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 과학자 역할 역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7%, NIH 기관장의 69%, 상위 10개 제약회사의 대표과학책임자(C.S.O)의 70%가 박사학위가 있는 의사 출신이다. 

보고서는 또 국내 의학 교육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단순 양성에 집중되어 최근 의사 과학자의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사 과학자들이 독립된 연구자로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 개선도 지적했다. 의사 과학자 양성과정 이후 안정적인 연구 환경 및 연구 참여기회(연구지원 펀딩 등) 부족 등으로 대다수가 임상의로 복귀하는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NIH는 의사 과학자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중단 위협요소 등에 관하여 조사하고 교육ㆍ훈련프로그램뿐 아니라 연구 지원 프로그램 운영까지 안착시켜 의사 과학자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의사 과학자의 임상아이디어가 연구→창업ㆍ기술사업화→의료현장 적용까지 연계되어 의료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주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가 소위 죽음의 계곡을 넘어 임상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의사 과학자의 핵심적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구에서 중개ㆍ임상연구, 사업화, 제품 개발, 진료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연구현장인 병원에서의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의사 과학자 양성에서부터 독립된 연구자로서 안착할 수 있도록 의학 교육과정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ㆍ훈련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부 단계에서부터 임상의를 양성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의사 전 교육과정에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교육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미국 NIH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의사 과학자 양성 시스템을 도입하여 1964년부터 임상 연구자 양성 프로그램인 MSTP(Medical Science Training)를 시행하여 43개 의대 932명을 지원, 1년에 약 170명의 MD-PhD를 배출하고 전체 의대생의 4%를 기초연구자로 양성하며 최근 15년 동안 프로그램 수혜자 중 14명이 노벨상 수상했다. 유럽과 일본도 각각 2008년과 2011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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