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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고신 NAI프라퍼트리 대표 "고객 자산 나무처럼 소중하게 키우겠습니다"
[파워인터뷰] 고신 NAI프라퍼트리 대표 "고객 자산 나무처럼 소중하게 키우겠습니다"
  • 이상혁 기자
  • 승인 2016.01.0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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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컨설팅업계 선도하는 여성 리더…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수백·수천억대 빅딜도 척척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이상혁 기자 | 사진 = 김동현 기자

# 경제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A기업은 최근 대대적인 자산 다이어트에 나섰다. 가장 먼저 지사 사옥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매입자를 찾으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체 B사는 공장 이전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현 공장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급한 대로 임대를 놓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임차인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아 걱정이다.

새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자산매각 등 고난도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대비한다는 선제적 대응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부동산 거래를 믿고 맡길 데가 어디 없을까” 고민한다. 주변에 널린 게 부동산 중개업소(또는 컨설팅사)지만 대부분 개인 자산 위주의 컨설팅을 하는 탓에 기업이 의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회사 NAI프라퍼트리는 이런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기업을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솔루션과 임차인 유치, 리테일 매니지먼트, 자산관리 업무 등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18년 경력의 고신(42·사진) 대표는 수백·수천억원에 달하는 빅딜을 척척 성사시켜내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비즈니스리포트는]는 최근 서울 삼성동 NAI프라퍼트리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나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삶과 경영 전략,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 부동산컨설팅. 참 쉬울 것 같기도 하지만 정작 속내를 드려다 보면 어려운 분야입니다. 언제부터 부동산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었나요.

“1997년에 도시계획 설계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부동산 일을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을 다녔어요. 그리고서 1998년에 부동산컨설팅사 ERA코리아에 입사하게 됐죠. 원가 개념을 반영하지 않는 계획 관련 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또 부동산을 통해 샐러리맨에서 벗어나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죠. 미국 같은 경우 부동산 개발업을 하면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기대감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그렇다면 직장생활을 접고 바로 NAI프라퍼트리로 창업하셨나요.

“아닙니다. 4년 전 프라퍼트리라는 로컬 회사를 설립했어요. 프라퍼티(property)와 트리(tree)의 합성어로 ‘고객의 자산을 나무처럼 소중하게 키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난 2014년 9월 NAI코리아와 합병하면서 사명을 NAI프라퍼트리로 변경했죠. NAI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로 해외순위 탑 5 안에 드는 회사입니다.

- NAI코리아와 합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프라퍼트리는 국내 상장기업 위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해왔는데, 글로벌 회사로 도약해 해외자산 매각·구입 등을 하기 위해 합병하게 됐습니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해외에도 많은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회사는 이런 자산을 현지에서만 매각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밸류에이션(valuation, 가치평가)해서 매각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죠. 또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자산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걸 매각할 때 글로벌 회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요.”

- 중국 자본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체감 하시기에는 어떤가요.

“지금까지는 제주도에 한정해 투자가 많이 이뤄졌죠. 그 외에는 면세점 임대차에 관심을 두는 중국인들이 많았고, 매입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자금을 국외에서 돌리려고 하고 있어요. 점점 더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중국 자본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 업계에서 흔치 않은 여성 리더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여성이기에 유리한 점이 있나요.

“국내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기도 하고, 부동산 업자들에 대한 신뢰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자라서) 첫 대면에서 좀 더 편안한 접근이 가능했고, 의심도 안하는 편이에요. 특히 게임·IT회사나 외국계회사 등 합리적이고 결정 속도가 빠른 기업들을 만나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 많아요.”

고 대표는 고객을 대할 때 항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부한다. 철두철미한 준비를 통해 부동산 업자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허물어 온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데이터를 챙기는 편이에요. 기업들도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 보통 핸들링하시는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최근 성과를 예로 들어주세요.

“1000억원 안팎의 큰 거래들이 꽤 있었어요. 최근에는 A사의 200억원 규모 부지를 매각했고, B그룹의 420억원 규모 개발부지 거래, C사의 650억원 규모 빌딩 매각 등이 있었어요.”

- 그런 큰 거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전문회사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어떤 걸 매입할지, 누구한테 팔지 등에 대해 2가지 이상의 안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같은 업체의 역할이죠. 또 리포트를 작성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에요. 최근 매각사례, 시황, 바이어들의 움직임 등을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실무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거죠.”

- 매수·매도 중 어떤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오나요.

“매도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비율로 따지자면 매도 7, 매수 3정도에요. 불필요 자산을 하나씩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거든요. 매수는 개인이나 중견기업 등이 수익용 자산을 구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편이지만, 기업이 직접 쓸 사옥이나 공장, 물류창고 등은 매입보다는 임대가 대세예요.”

- 거래가 이뤄지려면 매수자를 찾는 게 관건이겠네요.

“그렇죠. 보통 매수자를 찾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려요. 롱텀 프로젝트로서 리스팅-타깃팅-마케팅 등을 거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공개매각을 하는 등 스케줄을 잡아 진행하는 거죠.”

- 업무상 다양한 인맥을 두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인맥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지.

“업무적으로 만나는 게 보통이죠. 그밖에는 미술·건축 강연에 참석하거나 골프 등을 즐기면서 CEO나 회장님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기업 운영자들은 부동산 관련 이슈가 항상 있어요. 회사 이전이나, 사옥·사무실이 필요한 경우 등이죠. 이런 분들을 만나다보면 저희처럼 규모가 큰 컨설팅 업체를 굉장히 선호하시더라고요.”

- 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 보입니다. 평소 어떤 식으로 자기관리를 하시나요.

“기본적인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루 1시간 헬스를 하고, 골프도 좋아해요. 시간관리는 하루에 5건 이상의 미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전 7시경 출근을 해서 아침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반적인 부동산과는 달리 저희는 기업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야 해요.”

대표라고 해서 직원에게 일을 미루는 법은 결코 없다. 주요 프로젝트 영업은 본인이 직접 PT(프레젠테이션)와 미팅을 전담할 만큼 영업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저희 같은 회사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아무래도 대표인 제가 직접 나서면 고객사들이 더 좋게 봐주지 않을까요.”

 

- 2015년 경영실적에 만족하시나요.

“목표치에 근접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2배 정도 수익을 내고 있고, (회사 설립한지) 만 3년 지나니 정상 가동되고 있어요. 실적으로 잡힌 부분 외에도 2~3년씩 걸리는 프로젝트도 많이 있는데, 이런 경우 계약 연장을 하면서 계속 맡아오고 있습니다.”

- 회사가 계속 발전하는 데 있어 고대표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신뢰, 사랑, 비전 공유. 이 3가지를 회사의 마음가짐으로 강조하고 있어요. 직원들 서로가 신뢰하고 고객이 저희를 신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동료간의 사랑,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랑이 회사와 내부직원의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비전 공유는 3년후 5년후의 모습이 어떤 포지션이고 부동산 리딩 업체로서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인지 고민해보자는 의미에요.”

- 회사의 장·단기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

“지난달에 직원 7명과 함께 하와이에 간적 있어요. 내년에는 뉴욕·싱가폴·플로리다에서 회의가 있는데, 여기에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부동산 글로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마켓 동향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앞으로 5년 내 국내 점유율 30% 정도를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강자로 키우고 싶다는 목표도 있어요.”

-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신다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있어요. 상업용 부동산이 아파트와 달리 체크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물리적인 실사와 권리 실사를 많이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토지를 개발해야 하는 경우 개발행위 등이 법적으로 복잡한 경우가 많거든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전문화되고, 회계 전문가나 로스쿨 출신들이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똑 부러지는 말투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그녀는 말이 필요 없는 프로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인색했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직원들에게 매일 혼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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