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4-26 (금)
[파워인터뷰] 화제의 책 ‘미래진단’ 저자 이성호 “대기업들 정신차려!(BEHAVE!)…윤리개혁 시급”
[파워인터뷰] 화제의 책 ‘미래진단’ 저자 이성호 “대기업들 정신차려!(BEHAVE!)…윤리개혁 시급”
  • 조도람 기자
  • 승인 2016.02.18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범세계적 위기…“산업혁명 수준의 ‘경제구조개혁’ 이뤄져야”

인터뷰 = 김재홍 편집국장 | 정리 = 조도람 기자 | 사진 = 이상혁 기자

우리나라 경제는 과연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간절히 염원하지만 사실 지금의 위기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 달 신간 ‘미래진단: 세계화 후폭풍, 한국 경제를 덮치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성호(43) 저자(인성이에스티 대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위기에 대해 가감 없는 일침을 가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경제 붕괴는 범세계적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중국과 일본에 끼인 ‘넛크래킹’ 현상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리포트]는 지난 15일 이 대표를 만나 책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경제위기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

▲ 지난 15일 이성호 연구위원이 비즈니스리포트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경제위기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하고 있다.

 

- 최근 출간하신 ‘미래진단: 세계화 후폭풍, 한국 경제를 덮치다’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아마 경제활동을 하는 분이라면 현재의 경제위기를 사회 전반에서 느끼고 계실 겁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2015년 하반기부터 실체화됐지만, 사실 저는 2012년도에 현장에서 그 위기를 직접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정책 관계자 분들이 느끼시는 것과 현장경제 사이에 체감온도는 꽤 큰 차이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온도차를 줄이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위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산업별로 봤을 때 가장 심각한 분야는 무엇입니까.

“‘책에서도 다뤘다시피, 한국경제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모두가 적신호입니다. 단 하나도 예외 없이요. 중국과 일본 제품에 직격탄을 맞은 넛크래킹 현상이 이미 2012년경부터 가시화됐습니다. 그것은 10대 수출품목 중 86% 이상이 비상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미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ICT 전자제품군은 중국에 기술력을 따라잡혔고 자동차, 제철철강, 조선, 석유화학, 섬유 등 전통 수출 제조업 분야 역시 중국의 저가수출 공세와 일본 엔저전략에 의해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죠.”

 

- 경제 위기를 맞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재의 경제 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과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결국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것이죠. ‘석유’와 ‘재화’의 과잉공급이 그 원인이고요. 2008년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현재 그 어디에서도 명확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 산업혁명 수준의 ‘경제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같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기득권층의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공론화됐고, 단 하나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득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치라고 봅니다. 과연 이 심각한 위기 앞에서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아마도 기득권층에서는 오히려 이 위기를 진작 체감했을 것이고 변화의 움직임에도 공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모두에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위기상황입니다.”

-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경제 관료 분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수치가 있습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기업의 GDP 비중인데요. 2015년 IMF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3.38%로 세계 1위를 했습니다. 2위는 영국으로 12% 수준이었고 그 아래로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8% 이하의 수치를 보였죠. 그만큼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수준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10대 수출 비중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대·중소기업 간 경제적 간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네요.

“지난 10여 년간 중국 발 수출 시장의 급성장으로 우리 대기업은 영업이익은 2배 이상 급증 했습니다. 하지만 그 하청업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는 통계 역시 나와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책에서 주장하신 ‘BEHAVE캠페인’이 무엇인가요.

“BEHAVE 캠페인은 ‘Business Ethics of Higher Appointers and Veteran Executives’의 약어로,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 임원들에 대한 ‘경영윤리회복 운동’입니다. 물론 구조적 측면의 개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경영윤리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훨씬 더 근본적이기 때문이죠.”

-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사실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갑질’의 주역은 대기업 임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지 않고 있어요. 저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징벌적인 수사, 성과위주의 검찰수사보다는 이 분들에 대한 경영윤리의 회복운동으로 경제정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과 같이 공직자윤리만큼 경영윤리 역시 입법, 강제될 때 경제정의가 담보될 것입니다.”

- 책을 내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원고를 쓸 때부터 위기의 공론화라는 목적으로 철저히 현장 위주의 경고음을 담으려고 목표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오히려 현장의 문제점들이 세계시장과 거시경제 구조로 입증되는 나비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대국의 탐욕과 나태가 세계 각국, 사회 약자들에 미치는 과정을 제 책을 통해 보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현재 상황과 유사한 20세기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계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세계화가 주창되기 60년 전, 이미 국가 간 전쟁을 통한 무역으로 급진적인 경제 부활이 가능한 것이었죠. 당시 뉴딜정책과 같은 구조적인 정책은 이미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동북아 정세 불안이 더 큰 국가적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근래의 경제위기는 기업 차원의 구조 개혁을 넘어서 국가 정부가 산업 차원의 구조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은 철저한 계획경제로 이 위기를 벗어났고, 중국과 일본 역시 정부 주도의 경제계획으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이 정도의 경제위기를 벗어난 사례는 역사에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가능할까요.

“사실 약간의 온도차만 있을 뿐, 동어반복입니다. 결국 한 마리 토끼죠. 경제활성화를 포괄하는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를 포괄하는 ‘경제활성화’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실 ‘경제’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좌·우가 없고 여·야가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노무현 정권까지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소위 3·5법칙(3년 징역, 5년 집행유예)에 따라 이뤄졌죠. 그것이 깨진 것이 이명박 정부 때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경제 민주화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현 정부에 거쳐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원샷법’이든 ‘노동법’이든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논쟁에 의해 손 놓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국·경쟁국들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요. 실행하지 않는 정책은 허상일 뿐이죠.”

- 대기업·정부·중소기업 등을 두루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저는 2001년 때 태광그룹 미디어부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8년 동안 뉴미디어와 콘텐츠를 총 망라했어요. 골목에서 전단지도 돌려봤고 나중에는 간부까지 했죠. 그러다가 2008년 청와대에서 약 2년 동안 중앙 부처와 소관 기관 온라인 홍보 정책관으로 일했는데 정부의 정책과 행정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이후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공급 기업인 인성이에스티(주)를 창업했고 현재 재무총괄(CFO)을 맡아 운영 중입니다.”

- 수소공급 기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다층적인 경제 현장을 경험하다보니, 개인적으로 뉴에이지 인더스트리라고 표현되는 대체에너지 산업을 키워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회사와 직결되는 석유화학시장이 워낙 어려워서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운영 중입니다.”

- 중국·아시아 등에서 일고 있는 ‘한류’가 그나마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2014년 기준 전체 수출액인 688조 중 한류콘텐츠 수출액은 13조원 정도에 머물러있습니다. 1.8% 수준밖에 안되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문화 연계 산업의 개발이 필요한데 경제 산업적인 접근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한류의 지속성은 문화산업 부문의 발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약 5년 이상은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시장 구조 자체가 산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없는 대기업 독과점에 갇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꾸준한 상영관 독식 논란도 그렇고, SK의 IPTV와 케이블TV 플랫폼 독과점도 한류 발전을 막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 경제분야에 열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경제는 결국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정책은 현장과 따로 놀고, 국회는 법안을 수 년 째 묶어놓는 이 나라에서 매일이 실적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경제현장은 이미 2012년부터 위기가 찾아 왔다고 봅니다. 대기업·정부·중소기업을 두루 경험했던 기업인으로서 1인 시위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중장기 목표가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다시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되찾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우리’가 아닌, ‘나’ 중심의 사고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어요. SNS로 사회관계를 맺는 시대적 분위기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적대시하는 정치 우선의 시대를 맞게 한 것이라 판단됩니다. 반대로 미국은 ‘I'에서 ’We'의 사고가 대중화되고 있는 중이죠. 현재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는 레토릭이 ‘We’라고 합니다. 저는 그래서 책을 냈어요. 저희는 ‘우리’의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해와 양보의 중용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제 바람이자 책의 목표인데,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겠죠.”

 

그가 강조하는 골자는 ‘산업혁명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이다. “사회·경제적 윤리회복 운동이 개혁의 시작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책이 경제계 등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