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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OTT산업] 글로벌 시장 장악한 ‘넷플릭스’ … 혁신인가 생태계 파괴인가(?)
[Special Report] [OTT산업] 글로벌 시장 장악한 ‘넷플릭스’ … 혁신인가 생태계 파괴인가(?)
  • 이상혁 기자
  • 승인 2021.10.28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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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ge-watch’(몰아보기) 문화 선도...OTT 점유율 1위
오징어게임 개봉 후 시가총액 290억달러(34조원) 증가
초기 제작비용 투자하고 판권 및 저작권 '독점'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TV시리즈(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OTT(Over The Top) 기업인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 함께 OTT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무료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유튜브와는 달리 정액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금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가공할 만한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점적 판권·저작권 운영방식,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 세금 회피 의혹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기업이 됐는지. 급성장의 이면에 자리 잡은 후유증은 무엇인지 [비즈니스리포트]가 알아봤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 전세계 가입자 2억명 돌파…미국·유럽 점유율 1위

넷플릭스는 미국의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 기업으로,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인터넷(net)+영화(flicks)에서 유래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남쪽의 로스가토스(Los Gatos)와 로스엔젤레스 헐리우드에 위치해 있다.

1997년에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설립해 19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디오 대여 사업부터 시작, DVD를 거쳐 현재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위주로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유럽 일부 국가, 한국, 일본 등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미국, 유럽에서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에 OTT 중 최초로 전 세계 가입자 수 2억명을 돌파했다.

“미국 내 프라임타임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넷플릭스가 사용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방송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스포티파이와 함께 일종의 스트리밍 붐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2009년부터 9년간 기록한 수익률은 무려 4912%에 달하며, 당시 5.67달러였던 주가는 2020년 12월 기준으로 534.45달러로 급상승했다.

2018년 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넘긴 후 같은 해 5월에는 장중 한때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가총액마저 뛰어넘어 잠깐 동안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2019년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713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디즈니가 다시 차이를 벌리긴 했으나, 그럼에도 신흥 기업인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 그룹에 맞먹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것 자체가 놀랍다는 평가를 자아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이후 스트리밍 붐이 오면서 넷플릭스는 코로나 사태의 큰 수혜주가 됐다.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같은 해 3월에는 다시 한번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가총액을 꺾고 왕좌를 탈환했고, 6월에 들어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0억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이후 디즈니에 다시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회사의 연간 실적이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더이상 외부 자금의 조달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상태가 됐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Apple TV+ 등과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 170억달러를 제작비로 투자하고, 2028년에는 투자 비용이 260억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 영화·드라마·다큐·애니 등 종횡무진

넷플릭스는 영화는 물론 TV시리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왔다.

TV시리즈의 경우 기존의 대형 방송사가 아닌 OTT 서비스 업체에서 자체 제작이기에 더욱 주목 받고 있고, 또한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가 한 번에 모두 공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편성 스타일은 소위 ‘Binge-watch’(몰아보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 시즌 전체를 통째로 빌려서 보곤 했었던 예전 DVD 대여 서비스의 감성을 되살린 것이다. 이는 마케팅적으로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편성하는 것으로 “매주 1화씩 나눠서 공개하는 것보다, 한번에 공개를 해야 사람들이 몰아서 보고 주변인들에게 입소문을 잘 내더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도 다수 제작했다. 그중 2015년 말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된 ‘살인자 만들기’가 큰 화제가 됐다. 그 외에 ‘화이트 헬멧’, ‘엔드 게임’ 등의 질 좋은 다큐멘터리를 다수 제작해 “넷플 오리지널 영화나 시리즈는 몰라도 다큐는 믿고 본다”는 풍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드라마를 제작할 때 미국 시장의 시청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해 연출 스타일, 배우, 기획, 배급 등을 선정하는 것이다. 검색 정보와 시청자 평가는 물론 시청자가 어느 부분에서 일시정지를 하고 어떤 부분에서 되감기를 하는지, 심지어 영상의 색감이나 음량까지 집계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성공하기 위한 맞춤형 드라마 제작 방법으로, 실제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에미상 3관왕을 하며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 이외에도 북미 지역과 일본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들도 자체 제작하거나 제작사에게 지원해 판권을 독점하는 형태로 방영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캡처]
[사진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캡처]

 

# 2016년 한국 진출 ‘신의 한 수’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킬러 콘텐츠로 삼아 투자하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신의 한 수’로 봐도 무방할 만큼 점유율과 콘텐츠 확보 측면에서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국 드라마 중 히트하거나 많은 돈을 쓴 드라마는 대부분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았다. 해외 방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제작하는데 업계에서 “넷플릭스와 방영권 계약을 못 하면 수백억 원대의 대작 드라마를 만들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웨이브(wavve)라는 OTT를 만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드라마 제작비가 부족해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는 여러 나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넷플릭스의 활성화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수현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선보여지고 있는데, 아시아 각지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상위권을 차지했다. 브라질과 페루 등 남아메리카 전역에서도 10위권에 올랐고, 넷플릭스의 글로벌 종합 순위에서는 6위까지 올랐다.

특히 ‘킹덤’ 시즌2는 공개 직후 인도 넷플릭스의 ‘오늘의 Top 10’에 올랐고,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도 4월부터 9월 이후까지 쭉 일본 넷플릭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시청했다고 언급했다.

2021년 9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역대급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 83개국에서 일제히 1위를 차지하면서 단박에 넷플릭스 주가까지 사상 최고가로 끌어올렸다. 10월 20일 기준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890억달러(약 340조원)다. 오징어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17일 시총(2600억달러)과 비교하면 약 290억달러(34조원) 증가했다. 

2020년 넷플릭스의 한국 수입은 5173억원으로 2018년(657억원), 2019년(2483억원) 대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향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K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2021년 2월 25일 ‘씨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를 통해 넷플릭스는 2021년 아시아 콘텐츠 투자금액 1조1000억원 중 절반인 5500억원(약 5억달러)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6년부터 4년간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7700억원이었다. 

점유율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작인 ‘오징어게임’, ‘D.P’ 등 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9월 OTT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9월 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조사(일평균 모바일기기 4000만건, 데이터 20억건 기반)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9월 신규설치자수는 119만6987명으로, 국내 주요 유료 구독형 OTT 앱 사용자 수 점유율 47%에 달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9월 사용자 수는(MAU) 1229만2492명으로 전년 동기(803만5926명) 대비 52%가량 증가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 흥행수입 독점과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

급성장의 후유증일까. 넷플릭스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3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올려준 역대급 화제작 ‘오징어 게임’의 제작팀에게 인센티브가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감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방식이 초기 제작비용을 대고 판권과 저작권을 독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별도의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얼마를 지급하는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영화 업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익은 약 20억~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주식 가치 상승을 논외로 하더라도 넷플릭스가 자체 평가한 ‘오징어 게임’의 가치 1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하면서 구글(유튜브)에 이어 국내 인터넷망을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사업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인터넷망 트래픽을 보면 4.8%에 달한다.

한국의 통신망 사업자는 넷플릭스의 장사가 잘 될수록 통신망 증설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그동안 넷플릭스가 납부하지 않은 망 사용료가 700억~1000억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망 중립성 원칙에 의거해 인터넷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6월 1심 판결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에 즉각 항소한 상태다.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올해 4월까지는 여당발로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납부에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안(전혜숙·변재일 의원안)이 나왔다. 7월에는 야당인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넷플릭스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컨텐츠 제공자와의 역차별도 있고,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매우 적절한 지적인 만큼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와는 달리 글로벌 경쟁업체 디즈니플러스는 사실상의 국내 망 사용료 지급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11월 12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는 서버를 운영하는 CDN 사업자에 콘텐츠를 위탁하고 CDN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미국·유럽 등에서 해당 방식을 이용 중이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사진 = 픽사베이 제공]

 

# 국내서 세금 회피로 800억원 추징 

넷플릭스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77%를 본사 이익인 수수료 명목으로 이전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본사 18.3% 대비 9분의1 수준인 2.1%로 낮춰 세금을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숙 의원(무소속·비례대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작년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은 크게 낮춰 법인세를 21억원만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세청은 넷플릭스의 세금 회피 의혹들과 관련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넷플릭스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후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후유증이나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엔 그간 넷플릭스 경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는 넷플릭스를 대체할 만한 OTT 기업이 없었을지 몰라도, 현안들을 무시하다가는 후발주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줄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OTT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이미 다수의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를 따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며 OTT 강화에 나섰다. 현재 넷플릭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 AT&T(워너미디어), 컴캐스트(NBC유니버설), 내셔널 어뮤즈먼트(바이어컴CBS)등 미디어그룹들과 아마존닷컴, 애플, 구글 등 IT기업들이 있다.

국내 OTT 기업들도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며 넷플릭스를 견제할 채비를 마쳤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도 올해 8000억원을 비롯해 5년간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실행할 방침이고, 카카오TV는 2023년까지 3000억원, 쿠팡플레이는 올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콘텐츠와의 협업을 통해 계속해서 글로벌 OTT 시장을 호령할지, 아니면 생태계 파괴자라는 오명을 쓴 채 소탐대실하게 될지 향후 넷플릭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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