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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47] “나 보기가 역겨워” ... 영화 ‘헤어질 결심’
[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47] “나 보기가 역겨워” ... 영화 ‘헤어질 결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9.08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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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사진=CJ ENM]

 

지난 5월 17일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동의 영화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이 잔잔한 감흥을 이어가며 화제다. 영화 ‘아가씨’로 세상을 놀라게 한 후 6년 만에 돌아 온 그의 작품이 15세 관람가라는 것이 의외였지만, 이 영화를 완벽히 감상하고 이해하기에는 역시 18세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올드 보이’, ‘박쥐’,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그의 대표작들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오랫동안 잔잔한 자극을 더해 준다.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 [사진=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 [사진=CJ ENM]

 

 

잠시 영화의 감동에서 벗어나 제목을 통해 to 부정사를 살펴보자. 김소월 님의 ‘진달래 꽃’은 “나 보기가 역겨워”로 시작한다. 여기서의 ‘보기’와 시험 문제의 4개의 ‘보기’에는 어떠한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까? ‘나(를) 보기’에서의 ‘보기’는 동사적 성격이 꿈틀 거리지만, 4개의 ‘보기(multiple choices)의 ’보기‘는 꿈틀거리는 동작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물렁한 동사의 느낌이 있는 명사와 단단한 명사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동작의 꿈틀거림에 명사적 요소를 더하는 단어가 바로 to 이다.

일단 to 는 영어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1. 전치사 2. to 부정사의 to. 전치사의 to의 의미는 세 가지다. 1. ~에 2. ~까지 (from A to B) 3. ~보다 (라틴어에서 온 비교급, prior to, superior to, prefer A to B). 전치사는 동사를 수반하지 못하므로 1번인지 2번의 to인지는 뒤에 수반된 단어로 식별 가능 하다. 예를 들면, be attributed to the exhibition (전시회에 기인하다.) 는 전치사 to 이며, be supposed to exhibit (전시를 할 예정이다)은 to 부정사의 to이다.

동사를 명사로 사용하기 위해 동사 앞에 to 를 붙이게 된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와의 차이점은 내용 전달을 우선 하는 한국어에서는 품사 전환을 단어 뒤에서 볼 수 있는 반면 문법을 중시하는 영어는 품사적 전환을 앞부분에서 먼저 보여 준다. 예를 들어, 공부하다 -> 공부 하는 것/ study -> to study처럼 품사 전환을 보이는 to의 위치가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나 보기가 역겨워’처럼 동사를 명사처럼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 ‘to 부정사’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끝나면 쉬운 것을, 명사적 to 부정사사에 형용사적, 부사적 역할이 더해진다. 이는 to 부정사와 상관없이 관용적으로 쓰고 있었던 in order to ~(~하기 위하여)에서 기인했다고 보면 쉽다. "I need time in order to talk to you. (너와 이야기하기 위하여 시간이 필요하다.)" 가 다소 길고 장황하니 in order를 생각한 후 "I need time to talk to you" 와 같이 사용하다 보니 to 부정사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이 ‘헤어지기 위한 결심(decision in order to leave)’보다 전달력이 높은 이유는 짧고 간결하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형용사적 용법인 것이다.

"I went to the cinema in order to watch 'Decision to Leave'.(‘헤어질 결심’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다.) “ 또한 ”I went to the cinema to watch 'Decision to Leave.(헤어질 결심을 보려고 극장에 갔다.) “와 같이 in order를 생략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목적을 나타내는 부사적 용법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형용사적과 부사적은 어떻게 구별이 가능 한가? 형용사는 명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수식하기에 위치를 옮기면 문장이 틀린다. 반면, "To watch 'Decision to Leave', I went to the cinema."와 같이 부사적은 문장 앞으로 위치를 옮겨도 상관없다.

정리하면, 동사를 명사로 쓰기 위해 동사 앞에 to(~하기)를 붙인 것이 <in order to+ 동사>에서 in order가 생략 되면서 형용사적, 부사적용법까지 총 세 가지의 용법 때문에 to 부정사는 어려운 문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언급했듯 ‘헤어질 결심’의 영제는 'Decision to Leave'로 형용사적 용법이다. 이와 같이 to 부정사의 수식을 받기 좋아하는 명사들에는 time, ability, effort, opportunity, decision, way 등이 있다.

‘진달래 꽃’ 전반부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살펴보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When you hate to see me And decide to leave, I'll quietly let you go) ”로 번역된 버전이 있다. decide to leave (떠 날 것을 결심하다)로 to leave는 명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사진=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 분)가 까마귀를 물어 죽인 고양이에게 중국말로 한 말을 형사역인 장해준(박해일 분)이 번역기를 돌린 후 그녀의 사랑하는 감정을 살인하려는 의도로 오해하는 장면이 있다. 번역기가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단순한 기기다 보니 “그 형사의 마음을 가져달라”를 “그 형사의 심장을 가져달라”로 잘못 번역한 것이 문제였다.

심장과 마음은 눈과 눈빛과 같이 구글 번역기는 인간의 감성적 해석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나 보기가 ‘역겹다’를 hate to see으로 밖에 번역 될 수 없음이 안타까운 것은 한국어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는 영어 어휘의 한계도 지적의 대상이다.

2시간 20분의 러닝 타임을 두 주인공이 가득 채우며,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배경과 안개라는 희미한 요소가 영화를 본 후에도 오랫동안 그 감동이 잔잔하게 남게 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의 안개 같은 잔향과 이제 ’헤어질 결심‘을 해야겠다.

 

 

 

[조수진 국제부장]
[조수진 국제부장]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 베스트 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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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 2022-09-08 16:54:32
좋은 글 잘봤습니다.^^
베스터 셀러가 아니고 베스트 셀러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