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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예술 프로젝트] 뜨개 지붕 아래, 공동체가 만든 그늘
[공공 예술 프로젝트] 뜨개 지붕 아래, 공동체가 만든 그늘
  • 정선화 기자
  • 승인 2026.05.2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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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stagram art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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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말라가 인근의 작은 도시 알라우린 데 라 토레(Alhaurín de la Torre).

이곳의 중심가를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알록달록한 뜨개 패널들이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지붕을 이루고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손수 만든 공공 예술이자 생활 속 지혜의 산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지역 뜨개 선생님 에바 파체코(Eva Pacheco)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출처 : Instagram art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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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점가 거리를 덮던 플라스틱 차양은 미관상 좋지 않고 환경에도 부담이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파체코는 자신의 제자들과 동네 여성들에게 함께 뜨개 패널을 만들어보자고 권했고, 주민들은 집에 있던 헌 옷과 남은 실을 모아 하나하나 손으로 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장의 패널로 시작했지만, 해마다 새로운 작품이 더해지면서 규모는 점점 커졌다.

출처 : Instagram art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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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백 개의 패널이 이어져 거리 전체를 덮는 거대한 ‘뜨개 지붕’이 되었고, 여름철에는 강한 햇빛을 가려 온도를 5~6도 낮추는 효과까지 생겼다.

관광객들에게는 독특한 볼거리를, 주민들에게는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이 지붕은 도시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뜨개 지붕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매년 유지·보수하며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살아 있는 공공 예술로 발전했다.

출처 : Instagram art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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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함께 시간을 들여 만든 패턴은 거리 자체를 특별한 공간으로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손길과 시간을 공유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써 내려갔다.

말라가의 뜨개 지붕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공동체의 손길을 만나 도시의 풍경을 바꾼 이야기다. 예술과 실용성, 그리고 공동체의 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지붕은 오늘날 기후 위기 시대에 더욱 빛나는 사례로 남는다.

출처 : Instagram artw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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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말라가의 뜨개 지붕처럼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가 잘 어울릴 만한 장소들이 있다.

특히 도심 속 골목길이나 전통시장, 그리고 여름철 축제 공간은 주민 참여와 지역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나 광장시장 같은 오래된 시장 골목은 좋은 예다. 상인과 주민들이 함께 헌 옷이나 남은 천을 모아 패널을 만든다면, 시장 특유의 활기와 알록달록한 패턴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부산의 국제시장이나 자갈치 시장 역시 바닷바람과 햇빛이 강한 여름철에 뜨개 지붕이 제격이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흰색 패턴을 활용하면 지역성과도 잘 맞는다.

문화적 감수성이 강한 홍대나 익선동 같은 거리도 적합하다. 젊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개성 있는 패턴을 만든다면, 뜨개 지붕 자체가 또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여름 축제 공간 역시 가능성이 크다. 진주 남강유등축제나 강릉 단오제 같은 지역 축제에서 뜨개 지붕을 설치하면 방문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축제의 상징적인 장식물이 될 수 있다.

한국형 변주를 더한다면 재료와 문양에서 차별성을 줄 수 있다. 헌 옷과 실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직물, 한지, 삼베나 모시 같은 전통 직물을 활용하면 한국적 색채가 더해진다. 패턴에는 한글 자모, 단청 문양, 꽃담 같은 전통 문양이나 지역 특산물을 담아내면 지역성을 살릴 수 있다.

결국 한국에서의 뜨개 지붕은 단순히 미적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 예술이자 생활속 지혜가 될 수 있다. 시장 골목과 문화 거리, 그리고 축제 공간은 주민 참여와 지역 정체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어울리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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