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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민정의 한의학 이야기⑤] "기병(氣病)은... 기(氣)가 막혀서 생긴 병입니다"
[한의사 김민정의 한의학 이야기⑤] "기병(氣病)은... 기(氣)가 막혀서 생긴 병입니다"
  • 김성수 기자
  • 승인 2016.01.12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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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황당한 일을 당할 때 많이 하는 표현으로 “氣(기)가 막힌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말 표현 중에는 잘 살펴보면 이렇게 곳곳에 한의학과 관련된 재밌는 말들이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氣(기)가 막혀서 병이 생기는 것이 맞습니다.

氣(기)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몸을 흐르고 있는 에너지, “우리가 살아가고 숨 쉬고 소화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 “우리 몸을 외부환경과 소통시키기도 하고 보호하기도 하는 방어막”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氣(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氣(기)의 흐름을 가장 비슷하게 보여주는 것은 血(혈)의 흐름입니다. 氣(기)의 흐름을 따라 우리 몸의 모든 조직들이 움직이는 데 가장 氣(기)의 흐름과 유사한 것은 血(혈)입니다. 氣(기)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영양과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은 氣(기)에 의해서 흡수, 저장, 배출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보약을 드신다고 해도 우리 몸에서 흡수할 수 있는 힘인 氣(기)가 부족하고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드시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氣(기)로 인해 생기는 병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氣(기)가 막혀서 생기는 것

2) 氣(기)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것

3) 氣(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 氣(기)가 막혀서 병이 생기는 것

일을 너무 안 해서 생기는 경우와 감정적인 충격으로 인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너무 안 해서 생기는 병을 한의학에서는 勞倦傷(노권상)이라고 합니다. 한가한 사람에게서 이 병이 생기는 때가 많습니다. 한가롭게 노는 사람은 몸을 움직여 기력을 쓰는 때가 많지 않고 배불리 먹고 나서 앉아 있거나 눕거나 하면 氣(기)의 흐름이 막혀 勞倦傷(노권상)이 생깁니다.

괜히 몸이 아프거나 나른하거나 한 군데 지속적인 통증이 있거나 하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는 좀먹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氣(기)가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일입니다.

감정적 충격으로 인해서 氣(기)가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분한 일을 당하거나 갑자기 사기를 당해 큰돈을 잃거나 하면 氣(기)의 흐름이 막힙니다. 이런 경우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몸이 갑자기 붓는 것입니다. 갑자기 몸이 붓는 것에 대한 원인을 양방병원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이유 없이 몸이 많이 붓는 것은 氣(기)가 막힘으로 인해 몸의 수분의 흐름이 막힌 것으로 보고 한의학에서는 침 치료와 약치료를 병행합니다.

탈영실정(脫營失精)이라는 병도 있습니다.

정신적인 충격을 지나치게 받아 발생한 병입니다. 원래는 귀(貴)하였다가 천(賤)하여 짐으로써 발생한 것을 탈영(脫營)이라 하고, 부유하였다가 가난하여짐으로써 발생한 것을 실정(失精)이라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탈영(脫營)과 실정(失精)의 증상을 같이 보고 치료하였습니다. 몸이 여위고 초췌해지며 입맛이 없고 추위를 몹시 타며 잘 놀라고 잊어버리기를 잘 하며 팔다리가 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氣(기)의 흐름이 막혀서 발생합니다.

한의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우는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교통사고로 너무 놀라서 氣(기)가 운행되지 않으면 두통이 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이 생깁니다. 소화도 안 되고 계속 몸이 불안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침으로 2-3번 정도 氣(기)의 운행을 돕는 치료를 하면 좋아지십니다. 물질적인 것보다 기능적인 것을 바라보고 치료하는 한의학만의 놀라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氣(기)의 균형이 깨져서 병이 생기는 것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가에 따라 기운의 치우침 현상이 나타납니다. 흔히 표현하시기는 “기운이 처진다.” 거나 “열이 오른다.” 하는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氣(기)가 아래로 내려가 있기도 하고 氣(기)가 위로 올라가 있기도 하고 가운데서 흐트러져 있기도 합니다.

감정적인 부분이 특히 氣(기)의 흐름과 연관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노즉기상(怒則氣上): 성내면 기가 거슬러 오르고

희즉기완(喜則氣緩): 기뻐하면 기가 느슨해지며

비즉기소(悲則氣消): 슬퍼하면 기가 사그라지고

공즉기하(恐則氣下):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가며

한즉기수(寒則氣收): 추우면 기가 수렴되고

경즉기설(炅則氣泄): 열이 나면 기가 빠져나가며

경즉기란(驚則氣亂):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노즉기모(勞則氣耗): 피로하면 기가 소모되며

사즉기결(思則氣結): 생각을 하면 기가 맺힌다. 라고 합니다.

치료하는 방법은 높은 것은 억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려 주고, 차가운 것은 뜨겁게 하고, 뜨거운 것은 차게 하며, 놀란 것은 안정시키고, 피로한 것은 자양하며 ,맺힌 것은 흩어 주고, 기쁜 것은 두려움으로 누르고, 슬픈 것은 기쁨으로 이겨낸다고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지만 氣(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표현입니다. 氣(기)의 균형이 바로 잡혔을 때 몸의 흐름이 바로 잡히고 생명력이 깨어나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게 합니다.

氣(기)의 균형을 잡는 것은 침으로 하는 방법도 있고 약으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되는 것은 침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침을 통해서 상기된 氣(기)를 아래로 내리고 아래로 내려간 氣(기)를 위로 올리고 흐트러진 氣(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치료를 합니다.

특히 신경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에 침 치료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 氣(기)가 부족해서 병이 생기는 것

사람의 기운은 부모로부터 타고난 기운인 先天之氣(선천지기)와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後天之氣(후천지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에게서 받은 先天之氣(선천지기)는 점점 소모되고 음식으로 氣(기)를 보충해서 살아갑니다. 어른들이 “밥심으로 산다.”고 하시는 것이 그 말씀입니다.

몸을 많이 쓰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氣(기)가 손상되어 부족해지게 됩니다. 앞에서 남자의 병은 氣病(기병)이 많습니다.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氣(기)가 많이 소모됩니다.

정신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서 쓰는 氣(기)의 소모는 몸을 써서 생기는 氣(기)의 소모만큼이나 많습니다.

몸보다는 정신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에게 질환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면역력의 저하라는 표현으로 많이 말씀하시는 데 한의학적으로 보면 氣(기)의 소모로 氣(기)가 부족해져서 우리 몸을 지키는 능력이 떨어진 것을 말합니다.

음식으로 보충하는 後天之氣(후천지기)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해 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소화하는 기운을 뜻하는 胃氣(위기)가 있는 지 여부에 따라서 병이 나을지 아닐지, 죽게 될 것인지 살게 될 것인지를 구분합니다. 그만큼 後天之氣(후천지기)는 중요합니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소화기계 질환을 달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음주 잦은 야근과 야식 등으로 소화기능을 상하게 되어 음식을 통한 氣(기)의 보충이 부족해집니다.

현대인들에게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질병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이런 것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것은 비단 영양소뿐이 아닙니다.

음식을 통해 음식의 氣(기)와 味(미)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약재인 녹용을 먹을 때도 녹용의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녹용의 자라는 힘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우리가 느끼는 맛에도 氣(기)가 있습니다. 맛을 통해 우리 몸의 기운을 보충하고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氣(기)가 음식의 氣(기)를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음식을 드시던 약을 드시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김민정 원장 프로필 ]

◇ 이화외고 졸업 ◇ 연세대 졸업 ◇ 대구한의대 졸업 ◇ 아하 한의원 부원장 (틱 전립선 전문) ◇ 수한의원 원장 (여성질환 교통사고 전문) ◇ 코비한의원 원장 (비염 암수술후 관리 전문) ◇ 경희한의원 원장 ( 통증 교통사고 전문) ◇ 주행학 수료 ◇ 상한금궤학회 회원 ◇ 약침학회 회원 ◇ 한방 비만학회 회원 ◇ NLP프렉티셔너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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