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 넘어 결제·송금 생태계 확장…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속도
스테이블코인 시장 급성장에 수혜 기대…규제 정비가 새로운 성장 변수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기관·기업 고객 확대하며 사업 영역 넓혀
‘작지만 강한 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강소기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세계인을 사로잡을 우량 강소기업(제품)을 찾아, 초일류 명품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이들 강소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이끌 ‘히든챔피언’ 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습니다. 이를 위해 ‘애플’과 ‘엔비디아’ ‘소니’ 같은 글로벌리딩기업의 성공노하우와 창업자정신도 시리즈로 집중분석 합니다. 신기술과 글로벌 트렌드 등 미래산업에도 큰 관심을 쏟겠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성공 DNA를 우리나라기업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서클은 어떤 회사
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은 2013년 제러미 알레어(Jeremy Allaire)와 션 네빌(P. Sean Neville)이 공동 창업한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인터넷에서 달러 등 법정화폐의 가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금융 인프라 구축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 회사는 2013년 설립됐으며, 현재 지주회사인 Circle Internet Group은 2024년 설립됐다.
핵심 사업은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USDC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다. 기업과 금융기관, 개발자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와 송금, 자금관리, 디지털 자산 거래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클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인터넷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USDC를 기반으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인 Circle Payments Network를 운영하는 한편, 기업용 블록체인 Arc를 개발해 금융기관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본사는 미국 뉴욕주 뉴욕시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에 있다. 서클은 2024년 월스트리트 중심부에 글로벌 본사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공식 본점 주소 역시 원월드트레이드센터로 등록돼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CRCL'이라는 종목코드로 거래되고 있다. 2025년 6월 5일 상장했으며 기업공개(IPO) 공모가는 당초 예상 범위를 넘어선 주당 31달러로 결정됐다. IPO에서 회사가 직접 발행한 주식은 약 1990만주였으며, 회사가 확보한 순자금은 약 5억8300만달러였다.
증권가의 전망은 상당히 엇갈린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와 USDC 유통량 증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이 있는 반면, 현재 주가 수준과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 의존도를 부담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2026년 8월 서클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Equal-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106달러에서 38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USDC 성장률과 준비자산 수익 전망을 낮춘 것이 주요 이유다. 또한 토큰화된 현금상품과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모델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반면 HC웨인라이트의 M. 콜로네세(M. Colonnese) 애널리스트는 매수 의견과 104달러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로버트 W. 베어드는 목표주가를 138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췄지만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 의견을 유지했다. 이처럼 월가에서는 서클의 장기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밸류에이션과 USDC 수익구조를 놓고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 창업자 스토리
서클의 창업은 인터넷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바꾼 것처럼 블록체인이 돈의 이동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창업자들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제러미 알레어와 션 네빌은 2013년 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면서 블록체인이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 기술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표준 프로토콜처럼 달러와 같은 화폐의 가치를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알레어는 기존 금융시스템이 국경과 은행, 결제망 등 여러 중간 단계를 거치면서 돈의 이동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보내는 것처럼 가치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공동 창업자인 션 네빌은 기술 개발을 담당하며 서클의 초기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이끌었다. 네빌은 2013년 창업 이후 2019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사장을 맡아 기술과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클은 이후 디지털 달러 사업에 집중하면서 USDC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았다. USDC는 달러와 1대1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달리 결제와 송금 등 실물경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를 목표로 했다.
현재 CEO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제러미 알레어는 창업 이후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직접 이끌고 있다. 서클은 알레어의 주도 아래 USDC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과 결제 네트워크, 기업용 블록체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주식 및 기업가치
서클의 2025회계연도 총매출 및 준비자산 수익은 27억4664만달러로 전년 16억7625만달러보다 약 63.9% 증가했다. 특히 USDC 유통량이 크게 늘면서 회사의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9,643만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1억6716만달러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인력 확대와 보상비용, 마케팅 및 기술 인프라 투자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순이익은 6,952만달러 순손실로 전년 1억5567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다만 2025년 순손실에는 기업공개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보상비용 약 4억2400만달러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순손실 확대만으로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조정 EBITDA는 5억8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회사는 USDC 유통량 확대와 결제·금융 인프라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영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특히 2025년 말 기준 USDC 유통량은 753억달러로 전년보다 72% 증가했으며, 2025년 4분기 온체인 거래량은 11조90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7% 급증했다. 이는 서클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암호화폐 발행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 성공 요인
증권가는 서클의 핵심 경쟁력으로 USDC를 중심으로 구축한 규제 친화적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꼽는다.
USDC는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에서 달러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서클은 USDC와 EURC에 대해 현금과 고유동성 자산으로 1대1 준비금을 유지하는 구조를 강조하며 신뢰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력은 규제 대응 능력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서클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 중동 등에서 규제 체계에 맞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금융청의 규제 체계 아래 일본 내 유통이 허용된 첫 해외 발행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도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셰인 아가월(Shan Aggarwal) 최고사업책임자는 USDC 유통 확대가 전 세계 경제활동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클은 이 같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USDC의 활용처를 결제와 송금, 기업 금융 등으로 넓히고 있다.
■ 신규 사업 및 미래 전략
서클은 USDC를 넘어 인터넷 금융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것을 차세대 성장전략으로 삼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신규 사업은 기업용 블록체인 Arc다. Arc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결제와 자금 이동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업용 블록체인이다. 회사는 이미 100곳 이상의 은행과 자본시장, 결제, 기술 기업이 참여하는 테스트넷을 공개하며 생태계 확대에 나섰다.
글로벌 결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서클은 Circle Payments Network를 통해 금융기관과 기업이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USDC와 연결해 기존 국제송금 시장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금융기관과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Circle National Trust Bank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에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국가 신탁은행 설립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디지털자산 수탁 등 기관 대상 금융 인프라 사업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영역을 결제에서 기업의 자금관리와 금융서비스, 글로벌 상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동 등 규제 환경이 정비된 시장을 중심으로 USDC의 제도권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디지털 달러·블록체인·결제·금융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글로벌 인터넷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USDC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고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는 USDC 유통량 증가뿐 아니라 Arc와 결제 네트워크 등 비(非)준비자산 수익원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