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대장암 등 치료 선택부터 조기검진까지…액체생검 시장 확대
‘쉴드’ 보험 적용 확대·인피니티AI 성장…2026년 매출 전망 최대 13억6000만달러
‘작지만 강한 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강소기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세계인을 사로잡을 우량 강소기업(제품)을 찾아, 초일류 명품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이들 강소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이끌 ‘히든챔피언’ 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습니다. 이를 위해 ‘애플’과 ‘엔비디아’ ‘소니’ 같은 글로벌리딩기업의 성공노하우와 창업자정신도 시리즈로 집중분석 합니다. 신기술과 글로벌 트렌드 등 미래산업에도 큰 관심을 쏟겠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성공 DNA를 우리나라기업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가던트 헬스는 어떤 회사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는 혈액을 통해 암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한 미국 정밀 종양학 기업이다. 2012년 헬미 엘투키(Helmy Eltoukhy)와 아미르알리 탈라자즈(AmirAli Talasaz)가 공동 창업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8년 10월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했으며 종목코드는 ‘GH’다. 공모가는 주당 19달러였다.
가던트 헬스의 핵심은 환자의 혈액에서 암세포가 혈액으로 흘려보내는 DNA 조각 등을 찾아 암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조직을 떼어내는 기존 조직생검과 달리 혈액 채취를 통해 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반복적인 검사와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크게 암 치료 영역의 ‘온콜로지(Oncology)’, 제약사 대상 ‘바이오파마&데이터(Biopharma & Data)’, 암 조기검진을 담당하는 ‘스크리닝(Screening)’으로 사업을 구성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가던트360(Guardant360)은 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가던트 리빌(Guardant Reveal)은 혈액 속 종양 DNA를 분석해 치료 반응과 미세잔존질환(MRD)을 모니터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던트 헬스가 일반인 시장까지 넓히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대장암 조기검진용 혈액검사 ‘쉴드(Shield)’다. 쉴드는 45세 이상 평균 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대장암 혈액검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대장암 1차 선별검사다. 2026년 들어 미국 주요 보험·의료관리기관의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창업자 스토리
헬미 엘투키와 아미르알리 탈라자즈는 모두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기술자 출신 창업자다.
엘투키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반도체 기반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아반톰(Avantome)을 공동 창업했고, 이 회사는 2008년 일루미나(Illumina)에 인수됐다. 이후 일루미나에서 첨단기술 연구를 담당하며 유전체 분석용 화학기술과 하드웨어, 정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2012년 탈라자즈와 가던트 헬스를 세웠으며 현재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o-CEO)를 맡고 있다.
탈라자즈 역시 일루미나에서 진단 연구를 담당했다. 가던트 헬스 설립 전인 2008년에는 순환종양세포의 정제와 유전자 분석을 연구하는 아우리펙스 바이오사이언시스(Auriphex Biosciences)를 창업했으며 이후 일루미나에 인수됐다. 가던트 헬스에서는 암 진단과 조기검진 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 공동 CEO를 맡고 있다.
두 창업자가 가던트 헬스를 만든 배경에는 기존 암 진단 방식의 한계가 있었다. 암 조직을 직접 채취하는 조직생검은 반복적으로 실시하기 어렵고 종양의 일부만 분석한다는 한계가 있다. 두 사람은 혈액 속에 존재하는 암 관련 DNA를 활용하면 환자의 암 상태를 보다 자주 추적할 수 있다고 봤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했다.
가던트 헬스는 이후 단순한 진단검사 기업을 넘어 암 치료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검사 결과는 환자의 종양 특성, 치료 반응, 질병 진행 과정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 기업 가치
가던트 헬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검사 자체보다 검사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기술에 있다.
2025년 회사의 온콜로지 매출은 6억8359만달러(약 1조54억원)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콜로지 검사 건수는 약 27만6000건으로 34% 늘었다. 바이오파마&데이터 사업 매출도 2억1013만달러(약 3090억원)로 18% 증가했다.
여기에 스크리닝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쉴드 매출은 2025년 7973만달러(약 1172억원)였으며 약 8만7000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2026년 2분기에는 분기 검사량만 약 6만6000건으로 증가했다.
보험 적용 확대는 쉴드 사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6년 9월에는 미국 대형 의료관리회사인 에비코어 바이 에버노스(EviCore by Evernorth)가 쉴드를 대장암 검진 대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5세 이상 대상 쉴드 보험 적용 인구는 약 9400만명으로 확대됐다. 앞서 9월 초에는 케어론(Carelon)의 보장 확대를 통해 약 9000만명까지 적용 대상이 늘었다.
가던트 헬스는 아직 순이익을 내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025년 영업손실은 4억3725만달러(약 6435억원), 순손실은 4억1628만달러(약 6121억원)였다. 그러나 매출총이익은 6억3300만달러(약 9305억원)로 전년보다 41%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도 61%에서 64%로 개선됐다. 회사는 쉴드 검사량 확대에 맞춰 연구개발과 영업 인프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자본금의 액면금액은 1000달러(약 147만원)에 해당하는 보통주 1달러 단위로 표시돼 있으며, 추가납입자본은 29억56만달러(약 4조2638억원)였다. 누적적자가 반영된 총 주주자본은 -9931만달러(약 -146억원)였다. 가던트 헬스는 2025년 말 현금·현금성자산·제한현금·시장성 채무증권을 합쳐 약 13억달러(약 1조9110억원) 보유했다.
주가 역시 사업 성장과 함께 크게 움직였다. 2026년 9월 30일 종가는 약 176.72달러(약 26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UBS의 댄 레너드 애널리스트는 9월 9일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225달러로 올렸다. 번스타인의 이브 버스타인 애널리스트는 9월 10일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 의견과 목표주가 210달러를 유지했다. 로스차일드&코 레드번의 제이미 클라크 애널리스트는 9월 8일 신규 커버리지를 시작하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03달러를 제시했다. BTIG의 마크 마사로 애널리스트도 9월 2일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95달러를 유지했다.
■ 성공 요인
가던트 헬스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액체생검이라는 기술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암의 유전정보를 혈액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제 선택뿐 아니라 치료 중 암의 변화와 재발 위험을 추적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검사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축적하는 구조다. 가던트360과 리빌 등 암 치료 관련 검사가 늘어날수록 회사가 확보하는 종양 관련 데이터도 함께 증가한다. 회사는 이를 다시 검사 기술 개발과 제약사 연구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제약회사와의 협력이다. 가던트 헬스는 2026년 1월 머크(Merck)와 다년간의 전략적 협력 계약을 발표했다. 머크의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가던트의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기술을 활용하고, 신약의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 개발에도 협력하는 내용이다. 동반진단은 특정 환자에게 특정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지를 검사해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이다.
실제 FDA 승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26년 9월 FDA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유방암 치료제 에트카마(ETCAMAH·camizestrant)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동반진단으로 가던트360 CDx를 승인했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혈액검사로 찾아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네 번째는 암 진단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던트 헬스는 ‘인피니티AI(InfinityAI)’라는 AI 기반 다중오믹스 기술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중오믹스는 유전체·후성유전체·전사체 등 여러 생물학적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환자 집단 분석, 임상시험 대상자 탐색, 신약개발용 데이터 분석, 실제진료데이터(RWE) 생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
■ 신규 사업 및 미래 전략
가던트 헬스의 향후 전략은 크게 ‘암 치료’, ‘조기검진’, ‘데이터·AI’ 세 축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역은 쉴드를 중심으로 한 암 조기검진이다. 2026년 2분기 스크리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했고 쉴드 검사 건수도 약 6만6000건으로 급증했다. 회사는 2026년 한 해 쉴드 검사량을 27만~28만5000건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스크리닝 매출 전망도 2억1800만~2억3000만달러(약 3205억~3381억원)로 상향했다.
대장암에서 시작한 조기검진 영역을 다른 암으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회사는 쉴드 멀티암 조기검진(MCD)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아시아 여러 시장에서 쉴드 MCD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대장암 단일 검진에서 여러 암을 동시에 탐지하는 시장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온콜로지 사업에서는 가던트360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6년 FDA 승인을 받은 가던트360 리퀴드 CDx는 유전체와 후성유전체 정보를 함께 활용해 암 환자의 치료 선택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회사는 치료제 선택뿐 아니라 치료 반응과 재발 위험을 추적하는 리빌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피니티AI도 장기 성장축이다. 가던트 헬스는 자체 검사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임상·분자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제약사의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규제 승인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2026년 일본에서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ENHERTU) 적응증 확대 승인 과정에서도 인피니티AI가 생성한 실제진료데이터가 활용됐다.
회사는 2026년 매출 전망을 최대 13억6000만달러(약 2조원)까지 높였다. 핵심은 단순히 검사 건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혈액검사로 암 정보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며, 이를 다시 진단·치료 선택·신약개발·조기검진에 활용하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던트 헬스의 장기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