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8만개 기업에 금융 운영 플랫폼 제공…연간 결제액 미국 GDP의 약 1%
송장 처리에서 AI 에이전트로 확장…회계 자동화 시장 공략
‘작지만 강한 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강소기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세계인을 사로잡을 우량 강소기업(제품)을 찾아, 초일류 명품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이들 강소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이끌 ‘히든챔피언’ 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습니다. 이를 위해 ‘애플’과 ‘엔비디아’ ‘소니’ 같은 글로벌리딩기업의 성공노하우와 창업자정신도 시리즈로 집중분석 합니다. 신기술과 글로벌 트렌드 등 미래산업에도 큰 관심을 쏟겠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성공 DNA를 우리나라기업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빌 홀딩스는 어떤 회사
빌 홀딩스(BILL Holdings)는 르네 라세르트(René Lacerte)가 2006년 설립한 미국의 기업용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으며,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으며. 종목 코드는 BILL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청구서 처리와 대금 지급, 미수금 관리, 법인 지출 통제 등 기업의 자금 흐름을 자동화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한다.
핵심 서비스는 기업이 거래처로부터 받은 청구서를 확인하고 내부 승인을 거쳐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 고객에게 청구서를 발행하고 입금을 확인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회계 담당자가 이메일과 스프레드시트, 은행 시스템을 오가며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한다.
기업은 빌을 통해 공급업체 청구서를 수집하고 지급 승인 절차를 설정할 수 있다. 고객에게는 전자 청구서를 발행하고 결제 현황을 확인하며, 법인카드와 직원 지출 관리 기능으로 회사 자금의 사용 내역도 통제할 수 있다. 회계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거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회사는 미국 중소기업 시장에 집중한다. 대기업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은 기능이 다양하지만 도입 비용과 운영 복잡성이 높을 수 있다. 빌은 비교적 작은 기업도 도입할 수 있는 금융 운영 도구를 제공하고, 회계법인과 금융기관,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력해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 창업자 스토리
창업자 라세르트는 금융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가다. 그는 온라인 급여관리 기업 페이사이클(PayCycle)을 창업했으며, 해당 회사는 2009년 인튜이트(Intuit)에 인수됐다. 앞서 인튜이트에서 결제와 신용카드 사업을 담당한 경험도 있다.
라세르트가 빌을 창업한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반복적인 금융 업무를 간소화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대기업은 전담 회계 인력과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작은 기업은 대표나 소수의 직원이 청구서 확인부터 지급 승인, 입금 관리까지 여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에 필요한 것은 금융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는 것보다 업무 전체를 연결하는 도구라는 판단이었다.
빌은 처음부터 결제와 청구서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했다. 2021년 지출관리 플랫폼 디비(Divvy)와 인보이스투고(Invoice2go)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재무계획 소프트웨어 기업 핀마크(Finmark)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청구서와 결제뿐 아니라 법인 지출관리와 재무계획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창업자의 목표는 개별 금융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자금 흐름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다.
■ 기업 가치
빌의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매출은 16억5316만달러(약 2조3144억원)로 전년보다 13.0% 증가했다. 구독료와 거래 수수료를 합친 핵심 매출은 15억474만달러(약 2조1066억원)로 16% 늘었다. 고객 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1억4841만달러(약 2078억원)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거래 수수료다. 2026 회계연도 거래 수수료는 12억1120만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구독료는 2억9350만달러로 8% 늘었다. 기업 고객의 결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거래 수수료가 구독료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4억362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핵심 매출은 4억50만달러로 16% 늘었으며, 분기 총결제액은 980억달러로 14% 증가했다. 회사는 4분기에 3700만건의 거래를 처리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빌의 솔로 네트워크 회원 수는 920만명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총자산은 102억1814만달러(약 14조3054억원), 주주자본은 35억3060만달러(약 4조9428억원)였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0억3105만달러, 단기투자자산은 9억645만달러다.
직원 수는 2026년 6월 말 기준 1683명이다. 빌은 회계연도 말에 원격근무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전환하고 부동산 비용을 줄이는 계획도 밝혔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하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성장세와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평가하면서도 일반회계기준 흑자 전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6년 10월 23일 트루이스트증권의 매튜 코어드(Matthew Coad)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52달러에서 50달러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분석 시점의 가정에 따른 전망치이며, 실제 주가나 실적을 보장하지 않는다.
■ 성공 요인
첫 번째 경쟁력은 기업의 금융 업무를 한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청구서 접수와 내부 승인, 대금 지급, 거래처 입금 확인, 회계 기록을 각각 다른 시스템에서 처리하면 데이터가 분산되고 수작업이 늘어난다. 빌은 이런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도록 해 반복 업무와 오류 가능성을 줄인다.
두 번째는 거래 네트워크다. 기업이 빌을 통해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면 공급업체도 전자 결제를 받거나 청구서를 관리하기 위해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다. 한 기업의 이용이 거래 상대방의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결제와 청구서 관리가 편리해지고 신규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회계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이다. 중소기업은 이미 사용하는 회계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교체하기 어렵다. 빌은 기존 회계 시스템과 연결해 청구서와 결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전달하고, 회계 담당자가 거래를 다시 입력하는 부담을 줄인다. 고객이 기존 업무 환경을 유지하면서 금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이 도입 장벽을 낮춘다.
네 번째는 반복적인 매출 구조다. 구독료뿐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처리되는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거래 수수료 수익도 증가한다. 고객사가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빌과의 거래 관계가 깊어지고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데 필요한 비용도 커질 수 있다. 다만 거래 수수료 수익은 결제 규모와 금리, 고객의 서비스 이용 행태에 영향을 받으므로 성장률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 신규 사업 및 미래 전략
빌의 핵심 미래 전략은 AI를 금융 업무의 실행 단계에 투입하는 것이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에 ‘빌 AI(BILL AI)’를 출시하고 첫 AI 에이전트 제품군을 선보였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을 해석하고 정해진 업무를 여러 단계에 걸쳐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빌 AI는 공급업체의 세금 관련 서류인 W-9 작성 지원, 고객지원, 반복 거래 자동 처리, 계정 간 거래 대조, 복잡한 청구서의 회계 계정 분류 등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청구서가 들어오면 AI가 거래처와 금액, 지급 기한을 인식하고 회계 계정을 추천할 수 있다. 직원은 결과를 검토하고 필요한 승인 절차를 거친다. 자동화 범위를 넓히면서도 지급 승인과 금융 통제는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활용한 자동화는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구서 처리 속도를 높이고 지급 기한을 놓칠 가능성을 줄이며, 기업이 현금 유출입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울 수 있다. 빌은 이런 기능을 기존 고객에게 추가로 제공해 서비스 활용도와 고객당 매출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기관과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를 통한 플랫폼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빌은 자체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뿐 아니라 제휴사가 자사 서비스 안에 빌의 지급·수금·지출관리 기능을 내장하도록 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접점을 늘리고 영업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AI 기능이 실제로 고객의 업무 시간을 줄이고 추가 매출로 이어지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AI 기능이 경쟁사에도 빠르게 확산하면 차별화가 약해질 수 있다. 결제와 고객 자금 관리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보안 사고나 잘못된 지급 처리, 금융사기 방지 실패가 발생하면 고객 신뢰와 사업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